모듈러 vs 모놀리틱 블록체인 논쟁에서 빠지지 않는 주제 중 하나가 바로 ‘유동성’이다. 모듈러 블록체인에서는 각각의 롤업들이 유동성을 파편화시키는 반면, 모놀리틱 체인에서는 단일 샤드에서 애플리케이션들이 구동되기 때문에 유동성이 통합되어 있다고 모놀리틱 체인을 옹호하는 쪽에서는 주장한다.
하지만 유동성이 통합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모놀리틱 체인들도 사실상 유동성이 파편화되어 있다. 같은 샤드에서 애플리케이션들이 구동되더라도, 유동성이 특정 앱에 고립되어 있다면 그 유동성을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놀리틱 체인에 유동성이 통합되어 있다는 주장은 다소 비약일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젝티브 리서치는 ‘유동성 가용성(Liquidity Accessibility)’이라는 개념을 소개하며, 어떻게 하면 이 유동성 가용성을 효율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 논의했다. 유동성 가용성을 극대화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만약 이를 실현할 수 있다면 우리는 온체인 금융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블록체인 업계에서 모듈러 vs 모놀리틱(Integrated) 블록체인에 대한 갑론을박을 할 때면, 가장 빠지지 않고 나오는 주제가 바로 “애플리케이션/네트워크 간 유동성을 공유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이다.
네트워크가 분리되어 있는 모듈러 블록체인의 경우, 각각의 롤업마다 파편화되어 있는 유동성 때문에 높은 비용(네트워크마다 새롭게 유동성을 구축해야 하는)을 야기한다. 반면, 모놀리틱 블록체인(integrated blockchain)은 단일 샤드에 모든 유동성이 통합되어 있기에 이러한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다. 이러한 장점은 필자가 수이(Sui)의 유동성 레이어인 딥북(Deepbook)에 대해 작성했을 때도 강조했던 부분이다.
하지만 모놀리틱 체인이라고 해서 모든 유동성이 완벽하게 통합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위에서 언급한 딥북의 경우, 딥북에 집중된 유동성은 오직 오더북 기반의 애플리케이션들에만 제공된다. 즉, 대출이나 스왑과 같은 다른 디파이(DeFi) 애플리케이션에는 이 유동성이 공유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한계는 솔라나(Solana)에서 선보인 세럼(Serum)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났다.
어찌 보면 이들은 모놀리틱 블록체인이 가지고 있는 장점들을 반쪽만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진짜로 모놀리틱 블록체인이 단일 샤드를 사용한다는 것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싶다면, 해당 블록체인에 올라간 모든 애플리케이션이 통합된 유동성을 레버리지하여 유동성 효율화를 이뤄야 한다.
만약 네트워크에 제공된 유동성을 오더북 기반 거래소뿐 아니라, 대출, 보험, 스테이킹, 토큰 브릿지, 스왑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전반에 걸쳐서, 필요한 시점마다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네트워크 차원의 솔루션이 존재한다면 어떨까? 흥미롭게도, 실제로 이러한 솔루션을 준비 중인 블록체인이 있다. 바로 인젝티브(Injective)가 그 주인공이다.
인젝티브는 이러한 솔루션을 설명하기 위해 유동성 가용성(Liquidity Availability) 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이번 글에서는 먼저 유동성 가용성이란 무엇인지 살펴보고, 전통 금융의 사례와 비교하여 이해한 뒤, 인젝티브가 제안하는 다양한 유동성 가용성 최적화 메커니즘들을 살펴볼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같은 최적화 노력들이 인젝티브는 물론 블록체인 생태계 전반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도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다.
인젝티브 리서치(Injective Research)에서 발표한 리서치 페이퍼에 따르면, 유동성 가용성(Liquidity Availability) 이란 특정한 제약 조건하에서 언제든지 거래를 성공적으로 실행하는 데 필요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즉, 이 유동성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면 “유동성 가용성이 부족하다”고 표현할 수 있고, 반대로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다면 “유동성 가용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유동성 가용성 그 자체가 유동성 문제에 대한 해답이라기 보단, 오히려 각 네트워크나 애플리케이션이 어느 정도로 유동성을 잘 갖추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하나의 지표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애플리케이션 수준에서 이 개념을 적용해 보면, 유동성 가용성은 애플리케이션에 고립된 유동성만을 의미하게 된다. 왜냐하면 각 애플리케이션은 거래를 실행하는 데 필요한 유동성을 보통 자체 유동성 풀에서만 조달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애플리케이션이 이 유동성을 충분히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몇몇 메이저 디파이(DeFi) 프로토콜은 자체 유동성이 풍부해서 유동성 가용성이 보장된다고 볼 수 있지만, 대다수 애플리케이션은 자체적으로도 유동성이 부족하지만, 그 부족한 유동성 마저도 네트워크 레벨에서 봤을 때 각각의 애플리케이션에 고립되어있다. 이처럼 유동성이 분산되지 않고 한곳에만 머무르는 문제는 업계에서 오랫동안 고질적인 과제로 여겨져 왔다.
그리고 이런 ‘유동성 고립 문제’는 보통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나곤 한다. 다음에는 각각의 형태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동하고, 어떤 문제를 야기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유동성 고립의 두 종류는 네트워크 수준의 고립(Network-Level Isolation)과 애플리케이션 내 고립(Intra-Application Constraints)으로 나뉠 수 있다. 전자는 유동성이 특정 애플리케이션에만 존재해, 해당 애플리케이션을 제외하고는 동일 네트워크 내 다른 애플리케이션에서 활용할 수 없는 고립을 의미한다. 후자는 개별 애플리케이션 내부에서조차 유동성이 특정 풀에 묶여 있어서, 애플리케이션 내부에서도 다른 용도로 유동성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각각의 고립에 대해서 좀 더 설명해보자. 현재 블록체인 위에 만들어지는 대부분의 금융 애플리케이션들은 유동성 공급자(LP)들로부터 자산을 예치받아서 특정 거래만 처리하는 지정된 풀에 예치한다. 예컨대, 탈중앙 거래소(DEX)들은 자산 스왑을 위한 풀에 유동성을 유치하고, 대출 프로토콜은 대출만을 위한 대출 풀에 유동성을 유치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둘은 절대로 서로의 풀에 예치된 유동성을 직접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우리는 이때 유동성이 네트워크 수준에서 고립되어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한 애플리케이션 내에서도 유동성을 마음대로 가용할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DEX에 있는 특정 풀에 유동성이 많이 들어가 있다고 하여서, 이 유동성을 임의적으로 다른 풀에 옮길 수 없기 때문에 단순히 한 DEX에 TVL이 많다고 이 애플리케이션의 유동성 가용성이 풍부하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이때 유동성이 애플리케이션 내 고립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블록체인에 예치된 유동성을 살펴볼 때 가장 많이 보는 지표인 TVL(Total Value Locked)이라는 개념도 어찌 보면 되게 모호한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TVL은 네트워크 레벨에서의 유동성이 얼마나 가용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예를 들어, A체인의 한 DEX가 A체인 TVL의 90%를 가지고 있고, 이 유동성은 다른 디파이 프로토콜에 사용되지 못한다면 이것이 진정으로 A체인의 유동성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는가?).
즉, 우리는 이 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한 애플리케이션의 유동성 가용성을 늘려야 하는 것뿐만 아니라(이것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지만), 네트워크 레벨에서의 유동성 가용성을 늘려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유동성 가용성을 늘리기 위해서 어떤 것을 해야 할까? 가장 쉬운 방법은 기존 산업에서의 비슷한 예시들을 살펴보고 이들을 벤치마킹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전통 금융에서는 유동성 가용성을 극대화한 사례들이 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과 탈중앙 금융의 예찬론자들은 전통 금융이 중앙화 되어있다는 이유로 이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전통 금융이 그동안 세상을 움직여왔던 이유는 분명히 있다. 이들의 시스템은 생각보다도 더 촘촘하고 효율적으로 운영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전통 금융의 안좋은 점들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웹3 개발자들이 이에 대한 대체재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겠지만, 이들의 유산들 중에서 반드시 우리가 보고 배워야 하는 부분들도 많다. 어찌보면 전통 금융의 유동성 가용성도 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전통 금융에선 어떤 매커니즘들을 활용하여 유동성 가용성을 확보하는지 살펴보자.
전통 금융에서 유동성을 이야기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신용이다. 신용이야말로 근대 금융 시스템을 떠받들고 있는 근간이고 인프라다. 신용이란, 향후 상환을 조건으로 자금이나 자산을 빌릴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하여, 필요한 순간 즉각적으로 유동성 수요를 충족시킨다. 예를 들어서 신용카드는 소비자나 기업들에게 지속적인 유동성을 공급하는 도구다(우리의 월급날은 정해져있지만, 잔고에 당장 돈이 없어도 신용카드를 통해 “소비”할 수 있다). 신용 시스템을 통해 차입자는 미래의 소비를 현재로 앞당길 수 있고, 대출자는 현재의 소비를 미래로 유예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신용이 웹3에서 구현이 잘 되었는가? 하면 “어느정도” 된 부분이야 있곘으나(렌딩 프로토콜을 통해서), 아직까지 자본효율성 측면에서 전통 금융의 신용 시스템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보험 메커니즘은 평상시에 자금을 모아서 나중에 일어날 수도 있는 손실에 대비한 재정적 보호를 제공하여 유동성 가용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개인 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경제적 변동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서 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유동성을 유지할 수 있다(예를 들어서 보험이 없는 일반인이 아픈 경우엔 목돈을 써야하지만, 보험이 있는 경우 아프지 않았을 때에도 꾸준히 보험료를 지급했으므로 아플 때는 보험으로 병원비를 충당할 수 있는 것이다).
대출을 받아본 사람이라면, 대환대출이라는 개념에 친숙한 분들이 계실 것이다. 대환대출은 기존 신용 계약을 재조정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서 차입자가 유리한 금융 환경을 활용할 수 있게 하여 유동성 관리 능력을 향상시킨다. 특히 대환대출은 부채 보유자에게 금리 인하나 상환 기간 연장등을 할 수 있게 해서 유동성 가용성을 보장한다.
청산소는 금융 상품의 매수자와 매도자 사이에서 중개자 역할을 수행하는 주체를 일컫는다. 이들은 거래를 정산할 뿐만 아니라 증거금을 징수하여 금융 상품 거래시 리스크를 완화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도록 보장한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미국 내의 증권 거래를 처리하고 안전하면서도 신뢰 가능한 유동성을 제공하는 미국의 예탁결제원이 있다.
은행 간 대출은 말 그대로 은행 시스템 내 유동성 분배를 효율화한다. SOFR(밤보부 익일물 금리)과 같은 기준 금리는 금융 시스템 전반의 차입 및 대출 비용에 영향을 줘서 유동성이 필요한 곳에 효율적으로 할당되도록 할 수 있다. 미국 연방기금금리 시장과 같은 은행 간 대출 시장도 하나의 예시라고 할 수 있다.
에스크로 서비스는 거래 당사자들을 대신해서 계약상 의무가 이행될 때까지 자산이나 자금을 보관하는 기능으로, 거래가 원활히 이루어지기 전까지 자산을 대신 보관함으로써 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장려한다.
(실제로 현재 수많은 블록체인/크립토 관련 프로덕트가 에스크로 기반 모델을 많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미 탈중앙 금융이 전통 금융의 메커니즘을 차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대형 투자은행과 같은 딜러들과 마켓 메이커들은 지속적으로 특정 금융 상품에 대해서 매수/매도 호가를 제시하여, 해당 상품을 거래하고자 할 때 항상 상대방이 존재할 수 있도록 해준다(매수를 할 때는 매도자, 매도를 할 때는 매수자).
이처럼 전통 금융 시스템이 유동성 가용성을 보장하는 방식은, 단 하나의 메커니즘으로 구동되는 것이 아니며, 다양한 메커니즘이 서로 맞물려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그 유동성이 필요시에 “보장”될 수 있도록 인프라를 효율화 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블록체인이라고 다르지 않다. 인젝티브가 네트워크 레벨에서 유동성 가용성이 보장되려면, 단순히 하나의 혁신적인 메커니즘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메커니즘들이 맞물려서 유동성이 필요할 때마다 적재적소에 분배해줘야 하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전통 금융에서 채택한 메커니즘을 전부 그대로 채택할 수는 없곘지만, 분명히 이러한 메커니즘들로부터 얻을 수 있는 힌트는 분명히 있다고 보인다. 그렇다면 인젝티브는 유동성 가용성을 효율화하기 위해서 어떠한 메커니즘들을 고민하고 있을까?
“네트워크 내에 있는 유동성을 dApp들 사이에 적절하게 이동시키는 것”은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블록체인에서 유동성은 유저들로부터 유치되고, 이들은 자신들의 유동성에 대한 100%의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블록체인이 자가수탁을 가능하게 하기에). 또, 애플리케이션간에 이해관계도 충분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보자. 만약 한 유동성 공급자가 어떤 dApp에 예치했던 유동성을 돌려받고 싶을 때, 그 자금이 다른 곳에서 사용중이라면 어떻게 될까? 또는 어떤 애플리케이션이 스스로 인센티브를 줘가며 유동성을 유치했는데, 그 유동성을 잠재적 경쟁자가 될 수 있는 다른 애플리케이션에서 무상으로 사용한다면 더 이상 어떤 애플리케이션들도 개별적으로 유동성을 유치할 인센티브가 없다. 이처럼 네트워크 내에 있는 유동성을 시의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은 말만큼이나 쉬운 일이 아니다.
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인젝티브 리서치는 약 네 가지의 메커니즘을 소개한다.
우선 제일 중요한 것이 바로 인센티브다. 유동성을 제공하는 사람들도, 애플리케이션들도 네트워크 차원의 유동성 가용성 향상에 기여하는 것이 그렇지 않을 때보다 더 많은 인센티브가 있어야 네트워크 레벨에서의 유동성 가용성 향상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것이다. 예를 들어서 A 애플리케이션의 풀에는 꽤 많은 자금이 들어있으나 그 자금이 사용되지 않고 있고, B 애플리케이션엔 유동성이 부족하나 자금을 사용하려는 수요가 많다면, 이들은 유동성을 공유하여 A 애플리케이션은 유동성을 활용하여 수익을 창출할 수 있고, B 애플리케이션도 이를 통해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수익을 나눌 수 있다.
하지만 또 중요한 것은, 유동성을 공급한 공급자들의 리스크를 최소화 시켜주는 작업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들의 유동성이 자유롭게 쓰이는 대신, 이들이 언제든지 자신들의 자금을 회수하기 원하면 그 인출 요청이 언제든 원활하게 처리되어 뱅크런 사태를 방지할 수 있는 메커니즘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서, 네트워크 레벨에서 준비금을 만들어서 급하게 인출을 원할시에 지급해주는 유동성을 별도로 마련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물론 얼마나, 어떻게 이 준비금을 만들고 운용할지에 대해서는 좀 더 다양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필자의 생각으로는 시중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참고하되 더 보수적인 산정을 통해 혹여나 벌어질 수 있는 뱅크런 사태를 차단하는 것이 좋은 전략으로 사료된다).
즉시 실행 메커니즘이란, 사전에 정의된 트리거 조건이 충족될 때 체인 상태의 변화에 반응하여 트랜잭션을 실행하게 만드는 것을 일컫는다. 즉시 실행 메커니즘은 여러가지 하위 피처들로 나뉠 수 있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3.2.1 트리거 메커니즘 (Trigger Mechanisms)
즉시 실행 메커니즘에 대해서 설명했듯, 이 메커니즘은 특정 트리거가 발생할 때 시작된다. 트리거는 갑작스러운 자원 수요 급증, 사용자 활동 변화, 네트워크 상태 변화를 포함한 체인의 상태 변화에 따라서 발생한다.
3.2.2 비동기 연계 인터페이스(Asynchronous Interfaces for integration)
비동기 연계 인터페이스는 dApp들이 즉시 실행 메커니즘과 ‘조건부(이 조건은 설정하기 나름인데, 예를 들어서 A DEX에 사용되지 않는 유휴 유동성이 남아있을 경우, A의 유동성을 유동성 가용성 시스템에 공급할 수 있도록 한다거나, 그 반대의 경우 유동성 가용성 시스템으로부터 유동성을 가져오겠다거나 할 수 있다)’로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인터페이스다. 이를 통해 dApp들은 특정 조건에 자신들의 유동성을 다른 곳에 기여하거나 불러올 수 있어서, 네트워크딴의 유동성을 최적화 할 수 있다.
3.2.3 명령 체계(instruction)
트리거 메커니즘을 통해 트리거가 발생되면, 명령 시퀀스가 실행된다. 여기서 실행되는 명령들은 연쇄적으로도 수행될 수 있다.
3.2.4 스마트 컨트랙트 자동화(Smart Contract Automation)
이러한 과정들은 실시간으로 관리되고 조정되어야 하기 때문에 스마트 컨트랙트는 자동화되어서 명령 트리거들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자원 할당을 자동으로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3.2.5 다중 자원 할당(Multi-Resources Allocation)
즉시 실행 메커니즘은 유동성 뿐만 아니라 다른 자원들(컴퓨팅 파워나 스토리지 같은)에도 적용될 수 있다. 결국 블록체인에서 유동성을 유연하게 할당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상 블록체인에서 사용되는 그 어떤 것들도 적재적소에 할당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즉시 실행 메커니즘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유동성 증명이다. 즉시 실행하기 위해서는 이를 위한 유동성이 필요한데, 유동성에 대한 검증 없이는 그 어떠한 실행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동성 증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1) dApp들이 자신들이 보유한 유동성이 즉시 실행 메커니즘이 실행되기에 충분함을 검증 가능한 증명 형태로 네트워크에 제공할 수 있어야 하고 2) 네트워크는 dApp들이 유동성 공유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충분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주어야 하며 3) 이들이 마음놓고 유동성을 제공해줄 수 있도록 안전망도 있어야 한다.
즉시 실행 메커니즘이 실시간으로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고, 유동성 증명이 그 유동성을 보장해준다고 한다면, 남은 과제는 해당 유동성을 어디에 어떻게 할당할지 결정하고 그 경로를 지정하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솔버(Solver)와 라우팅(Routing) 레이어가 필요하다. 이 레이어는 유동성 가용성 프레임워크 내에서 ‘의사결정 엔진’ 역할을 수행하며, 실시간 네트워크 상황에 따라 유동성을 최적으로 할당하고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나 체인으로 라우팅하는 역할을 한다.
이때 솔버는 지속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유동성 경로들을 탐색하고, 거래 비용·유동성 이동 속도·자본 효율성·네트워크 상태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최적화한다. 또한, 네트워크 전반에 걸쳐 존재하는 각종 제약 조건들을 파악해 유동성이 효율적으로 배분되도록 하면서도 안전성을 놓치지 않는다. 이 모든 과정은 실시간 상황 변화에 따라 동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네트워크 수요가 발생하는 즉시 유동성을 재배치하여 전체적인 균형을 유지한다.
정리하자면, 솔버와 라우팅 레이어는 즉시 실행 시스템과 사용자(dApp) 사이에서, 언제 어디에 유동성이 필요한지를 파악하고 즉시 실행 시스템이 트리거될 수 있도록 해주는 핵심 연결 고리다(위 그림 참고). 이러한 구조는 기존 블록체인에서 시도된 크로스체인 유동성 라우팅 솔루션과는 결이 다른데, 과거 라우팅 솔루션이 각 애플리케이션에 분산된 유동성을 단순히 취합(aggregate)하는 데 그쳤다면, 인젝티브가 소개하는 솔버 & 라우팅 레이어는 ‘애플리케이션별로 분리된 유동성’이라는 개념 자체를 없애고, 애플리케이션간에 분배되어있던 유동성을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곳으로 유동성을 적시에 공급해준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만약에 이러한 메커니즘들이 잘 활용되고, 네트워크도 성숙해진다면, 더 이상 dApp들은 자체적인 유동성을 모으기 위해서 수많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현재 수많은 디파이 프로토콜들이 유동성을 모으기 위해서 말뿐인 '거버넌스' 토큰 또는 해당 토큰을 암시하는 포인트들을 만들고 이들을 보상으로 주거나, 레이어1 네트워크 단에서 거버넌스 토큰들을 디앱들에게 분배해서 일시적인 유동성을 모으고 있는데, 이는 장기적으로 디앱에게도, 레이어1 네트워크에게도 좋지 못하다) . 뿐만 아니라, 유동성 제공자들도 자신들의 자산을 안전하게 보호받으면서도 자신들이 예치한 유동성에 대한 수익 극대화를 노려볼 수 있을 것이다(자신이 제공한 유동성이 유휴 유동성이 되지 않고 실질적인 금융 활동에 쓰이게 되면, 이에 대한 수수료를 지급받을 수 있으므로 유동성 제공자의 입장에서도 수익 극대화를 노려볼 수 있다).
궁극적으로 유동성 가용성을 네트워크 레벨에서 최적화하게 된다면, 가장 이득을 보는 것은 유저이다. 유저들은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거래하든지 간에 가장 최적의 가격으로 빠르고 안전하게 자산들을 거래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어떤 애플리케이션이 더 많은 유동성을 가지고 있는지 등을 일일이 찾아보지 않고도 다양한 금융 거래를 전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서 유동성 가용성을 극대화하려는 인젝티브의 움직임은 그 누구 하나를 위한 이니셔티브가 아닌,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모든 참여자들이 여태까지 존재했던 유동성의 비효율성을 줄이고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율을 얻게 하기 위함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블록체인 업계의 리서처로서 TVL을 비롯한 다양한 지표들을 기반으로 네트워크의 성공 여부를 판단해왔다. 하지만 TVL과 같은 지표들이 얼마나 부정확한지를 알면서도, 지금까지 TVL만큼 네트워크 차원에서의 유동성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지표가 없었기 때문에 이를 계속 언급하고 활용해왔다. 그러던 와중, 인젝티브(Injective)가 소개한 유동성 가용성(Liquidity Availability)은 단순히 새로운 지표를 제안하는 것을 넘어, 어떻게 하면 네트워크 전체 차원의 유동성 가용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까지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특히 일각에서는 많은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TVL 수치를 경쟁적으로 부풀리거나 왜곡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예를 들어, 여러 프로토콜에서 동일 자금이 중복으로 집계되거나, 대출-예치 구조를 통해 인위적으로 부풀려진 TVL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이 때문에 TVL은 탈중앙금융(DeFi) 생태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지표임에도 불구하고, ‘이 지표가 실제 유동성을 제대로 반영하느냐’에 대한 의문이 계속 제기되어 왔다. 이런 맥락에서 유동성 가용성은 단순 락업(Lock-up)된 자금량이 아니라 실제로 거래에 활용 가능한 유동성이 얼마나 있는지,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그 유동성이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지에 주목한다.
인젝티브가 제시한 유동성 가용성 개념은 네트워크 전체가 가진 유동성의 질적 수준을 파악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특정 애플리케이션 하나에만 자금이 집중되어 있는 상황보다는, 유동성이 네트워크 레벨에 상주하고 있어서 유저가 어떤 애플리케이션에서 유동성을 요구하던지간에 필요한 유동성을 적재적소에 제공할 수 있는 정도를 계산할 수 있다면 이 정도가 높은 블록체인이야말로 유동성이 더 안정적이고 실제 활용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유동성 가용성은 이처럼 자금의 분산도, 접근성, 그리고 실시간 유동화 가능성 등을 함께 고려해, 네트워크 레벨에서의 ‘실질적인’ 유동성 역량을 평가한다는 점에서 매우 주목할만하다.
유동성 가용성을 개별 애플리케이션이 아닌 네트워크 전체의 공동 과제로 바라보는 관점은, DeFi의 미래 방향성에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이는 단순히 특정 프로토콜이 보여주는 ‘TVL 경쟁’과 마케팅 효과에만 집중하는 것에서 벗어나, 생태계의 공생과 공동 번영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한발 더 나아가는 전환점이다.
이러한 거시적 관점에서 유동성 문제를 다루면, 프로젝트 간 자금 이동과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을 더욱 유연하고 안정적으로 구축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곧 ‘한정된 자금을 먼저 가져가려는 경쟁’이 아니라, 상호 협력과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구조를 만들어낸다. 그 결과, 프로토콜이 서로 자금을 공유·확대하고, 위기 상황에는 자금을 신속히 재분배함으로써 전체 생태계의 경쟁력과 안정성을 동시에 높이는 선순환이 가능해진다.
궁극적으로, 네트워크 차원에서의 유동성 가용성을 정착시키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핵심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속적 성장과 기술 발전
유동성의 병목 현상이 사라지면, 프로젝트들이 새로운 금융 상품이나 서비스를 시도할 여력이 크게 확대된다. 이는 더 많은 혁신을 촉발하고, 프로토콜 간 호환성과 협업도 가속화함으로써 전체 DeFi 생태계가 성장의 기회를 맞이하게 된다.
더 공정하고 역동적인 금융 생태계 구축
누구나 쉽게 자금을 활용하고, 소규모 프로젝트라도 시장 충격에 쉽게 무너질 걱정 없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 이처럼 자금의 유연한 흐름이 보장되는 환경에서는, 다양한 실험과 신생 프로젝트가 끊임없이 등장하여 생태계 전체가 더욱 활력을 띤다.
리스크 관리의 효율화
분산된 자금 운용과 실시간 유동화가 가능해지면, 자금이 특정 프로젝트나 자산에만 집중되는 현상이 완화된다. 이를 통해 돌발 상황에서의 위기 전이가 줄어들고, 네트워크 전반의 안정성이 높아진다.
결국, 유동성 가용성이라는 개념을 중심에 두고 네트워크 전반이 협력과 상호 보완을 추구하기 시작하면, 기존 TVL 경쟁의 시대가 멈춰 있던 지점에서 벗어나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금융 혁신의 지평이 열릴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지표 개선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궁극적으로는 온체인 금융의 진정한 잠재력을 꽃피우는 핵심 동력이 될 수 있다.
모놀리틱 블록체인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스마트 컨트랙트 간에 ‘아토믹(Atomic) 컴포저빌리티’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즉, 하나의 트랜잭션 안에서 여러 프로토콜을 동시에 호출하더라도 전체가 일괄적으로 실행·취소될 수 있어, 프로토콜 간 논리적 상호작용이 매끄럽게 이뤄진다. 하지만 그동안 이 아토믹 컴포저빌리티는 주로 로직(Logic) 차원에 국한된 경우가 많았다. 실제 자금, 즉 유동성이 여러 프로토콜에 걸쳐 원활하게 ‘동시 이동’하고 ‘공유’되는 시나리오는 제한적이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유동성 가용성이라는 개념을 모놀리틱 블록체인에 도입하면, 이 문제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길이 열린다. 단일 샤드 구조 아래 모든 애플리케이션이 서로 아토믹(Atomic)하게 유동성을 이동·활용할 수 있게 되면, 사실상 ‘유동성도 하나의 거대한 풀(pool)’로 묶여 디파이(DeFi) 생태계 전반에서 즉시 재활용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여러 디파이 프로토콜을 한꺼번에 호출하는 수준이 아니라, 프로토콜 간 유동성 자체가 온전히 연결된 상태에서 모든 애플리케이션이 최적화된 자금 효율과 거래 편의성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다.
예를 들어, 오더북 기반 애플리케이션에서 잠시 사용된 유동성을 바로 대출이나 스왑 프로토콜이 받아 활용할 수 있고, 그 과정 전체가 한 트랜잭션 내에서 원자적으로 처리되는 시나리오를 상상해보자. 이는 모놀리틱 블록체인이 가진 장점–단일 샤드를 통해 시스템 전체가 긴밀히 연결된다는 점–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며, 그 결과 모든 애플리케이션이 통합된 유동성을 아토믹하게 공유함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컴포저빌리티가 실현될 수 있다.
결국, 유동성 가용성을 통해 자금까지도 아토믹하게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것은, 모놀리틱 블록체인이 내세우는 컴포저빌리티의 잠재력을 100% 발휘하도록 만들어준다. 이는 롤업이 분리된 모듈러 체인 환경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운 장점이기도 하며, 궁극적으로는 체인 전체 생태계가 더 낮은 비용과 더 높은 유동성 효율로 작동하도록 이끈다. 다시 말해, 유동성을 아토믹하게 공유함으로써 모놀리틱 체인이 진정한 의미의 ‘하나로 통합된 금융 인프라’를 완성하게 되는 셈이다.
물론 여기서 제시한 아이디어들은 어디까지나 시작점에 불과하다. 추가 연구와 실험을 통해 현재 제시된 개념과 전략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야 하며, 실제 프로토콜과 시장 환경에 적용하면서 발생하는 다양한 변수들을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네트워크 내부 데이터 분석은 물론, 참여자들의 행동 패턴과 인센티브 구조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가 뒤따라야 한다.
또한 필자가 위에서 언급했듯, 전통 금융 시스템에서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는 대단히 유용한 참고점이 된다. 중앙은행 모델이나 Basel 규제와 같은 전통적 리스크 관리 기법 등을 재해석해 온체인 금융에 접목할 수 있는 여지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동시에, 전통 금융이 지닌 중앙화와 폐쇄성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도전 과제도 함께 안고 있다. 즉, 기존 시스템에서 활용된 개념들을 그대로 가져오기보다는,위에서 언급한 “블록체인만의 메커니즘들을 개발하고 접목하여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 가야 한다.
이처럼, ‘새로운 금융 생태계를 위한 리스크 관리와 유동성 설계’라는 관점은 결코 간단치 않은 작업이다. 끊임없이 등장하는 신생 프로토콜과 시장 참여자, 그리고 블록체인 기술 전반의 급격한 발전 속도는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자 동시에 폭발적인 기회의 장을 마련하기도 한다. 따라서 지금 제시된 ‘유동성 가용성’과 관련된 아이디어들을 체계적으로 연구·검증하고, 실제 시장에 적용하는 노력이 축적된다면, 온체인 경제 전반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귀중한 동력이 될 것이다.
결국, 앞으로의 과제는 이 잠재력을 구체화하는 일이다. 과연 어떠한 방식으로 네트워크 레벨에서 경제적 인센티브를 설계하여 dApp들이 서로의 유동성을 네트워크에 분배하게 할 것인가? 유동성 가용화를 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기술적, 경제적 리스크가 있으며 네트워크는 어떤 방법으로 위험들을 완화할 것인가? dApp들은 자신의 보유한 유동성을 어떤 방식으로 검증할 것인가? 솔버들은 어떻게 유동성 경로를 최적화할 것인가? 등. 많은 과제들이 남아있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의 첫 시작은 문제를 인지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던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점에서 이번 인젝티브 리서치가 작성한 유동성 가용성은 앞으로 수많은 스마트 컨트랙트 플랫폼들이 고민해봐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