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젝티브 랩스는 2025년 1월에 인젝티브 EVM을 발표하였다. 인젝티브 EVM은 별도의 오프체인 연산이 아닌, 인젝티브의 코어에 도입하는 것으로 보다 폭넓은 개발자 생태계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기존 인젝티브의 스마트 컨트랙트였던 WASM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며, 다중 VM을 채택하여 개발자들이 인젝티브에 온보딩함에 있어서 여러 가지 장애물들을 제거하는 이니셔티브라고 봐야 할 것이다.
만약 EVM 도입이 성공적으로 개발자 생태계를 확장시킨다면, 그다음 단계로 또 다른 VM 도입을 고민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가령, 지금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MoveVM이나, 방대한 솔라나 생태계를 활용할 수 있는 SVM이 바로 그것들이다. 과연 인젝티브 네이티브 EVM이 앞으로 인젝티브 생태계 성장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지켜보도록 하자.
인젝티브 네트워크의 핵심 컨트리뷰터 중 하나인 인젝티브 랩스는 2025년 1월에 인젝티브 체인 코어에 네이티브 EVM 실행 환경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이들이 EVM 실행 환경을 도입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이더리움의 광범위한 개발자 커뮤니티와 성숙도 높은 개발 툴링 환경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인젝티브 네트워크는 여태까지 다양하고 새로운 기술 혁신들을 대거 도입했을 뿐만 아니라, 공격적인 비즈니스 확장을 통해 여러 유수의 프로토콜과 협력을 도모하는 데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인젝티브만을 위한 개발자들을 온보딩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이번 네이티브 EVM 도입에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인식을 기반으로 개발자 환경 개선에 대한 니즈가 가장 큰 동기로 작용했을 것이다.
Source: Electric Capital
실제로 이러한 동기는 통계가 증명하는데, 일렉트릭 캐피탈(Electric Capital)이 발표한 개발자 보고서에 따르면, 멀티체인으로 활동하는 개발자의 약 74%가 EVM 체인에서 개발을 하고 있으며, 이더리움은 아직까지도 전 세계 모든 대륙에서 개발자 활동량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즉, 개발자 생태계의 다양성이 늘어나는 추세인 지금까지도 솔리디티를 사용하는 EVM 개발자가 블록체인 산업의 주류라는 의미다.
이를 좀 더 풀어서 말하면, EVM을 지원하지 않는 체인들은 막대한 자본과 시간을 들여 새로운 개발자 생태계를 조성하고 그들을 생태계로 끌어들여야 하는 비용을 안고 가야 하는 반면, EVM을 지원하는 체인들은 이미 블록체인에 친숙한 개발자들을 보다 쉽게 유치할 수 있다. 또한 개발자 입장에서도 추가적으로 학습해야 하는 기술적 장벽 없이 원래 친숙했던 개발 환경에서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어 생산성 측면에서도 유리하다는 뜻이다.
이를 방증하듯, 실제로 인젝티브 랩스에서도 개발자들을 온보딩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개발자들이 EVM 실행 환경을 도입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한다. 필자는 레이어1의 직접적인 고객은 유저들보다 개발자들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개발자의 요청을 듣고 그것을 프로덕트로 적용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레이어1의 가장 중요한 고객은 빌더고, 훌륭한 빌더들이 결국 유저들을 끌어모을 수 있기에.
1.2.1 EVM이 아니라 다중 VM
인젝티브의 네이티브 EVM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 전에, 한 가지 명확하게 해야 하는 것은 인젝티브가 WASM 컨트랙트도 여전히 구현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즉, EVM으로의 피봇팅이 아닌, 기존 WASM 개발 환경을 유지하면서도 EVM도 적용하는 멀티VM 전략을 전개하는 것이다.
즉 인젝티브에서의 EVM은 다른 EVM체인들과 같이 체인의 코어에 구현되어 심리한 실행 환경을 만들어주지만, 기존의 WASM 기반의 실행 환경과도 어우러진 형태로 구현되었다. 또한, 이와 동시에 최신 Geth(Go-Ethereum) 이더리움 클라이언트의 EVM 구현체를 사용하여 이더리움의 최신 툴링(Foundry나 Hardhat 같은) 및 표준과도 완벽하게 호환되는 형태이다.
1.2.2 트랜잭션의 원자성
트랜잭션이 원자성(Atomicity)을 갖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특히나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 순차적으로 트랜잭션을 처리해야 하는 경우(플래시론과 같은) 여러 단계의 트랜잭션 중에서 하나의 트랜잭션만 실패하더라도 원하는 결과값을 얻는 데 실패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원하는 결과값은 얻지 못하고 불필요하게 트랜잭션 비용이나 자산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원자성이 보장되는 환경에서는, 하나의 트랜잭션이 실패하면 나머지 트랜잭션들도 전부 롤백되므로 시스템 상태가 일관되게 유지될 수 있다. 인젝티브에서는 멀티 메시지 트랜잭션(여러 개의 메시지를 한 트랜잭션에 담아 순차적으로 실행하는 구조)이더라도 한 단계가 실패했을 때 전체 트랜잭션을 되돌려서 데이터의 무결성과 일관성을 보장할 수 있다(WASM과 EVM 환경 모두에 적용된다).
이러한 특성은 1) 전체 롤백을 통해 오류 지점 파악을 훨씬 효율적으로 할 수 있고 2) 부분 실패로 인해서 예상하지 못한 상태 변화가 없기 때문에, 금융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함에 있어서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데다 3) 복잡한 워크플로우가 있는 상태에서도 상태값이 불일치할 위험이 줄어들고 4) 어떤 가상머신을 사용하든 동일한 롤백 규칙을 적용해서 시스템의 일관성을 보장할 수 있다.
이러한 트랜잭션 원자성은, 인젝티브가 금융 특화 블록체인이기 때문에 더 중요한 가치라고 할 수 있다.
1.2.3 모듈 호환성(Module Compatibility)
인젝티브 네트워크가 다른 레이어1 블록체인들과 차별화되는 점들은 많지만, 개발자의 입장에서 인젝티브가 돋보이는 부분은 바로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다양한 "모듈들"의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번 EVM 업데이트는 인젝티브 코어에 EVM 환경을 구현하는 것이므로, EVM 개발자들 역시 Exchange Precompile(EVM에서 거래소 모듈 메시지를 간단하게 호출할 수 있는 래퍼(Wrapper))을 활용하여 인젝티브에 내장되어 있는 모듈들을 활용할 수 있다.
즉, EVM 개발자들도 인젝티브의 CLOB, 배치 옥션(FBA), 공유 유동성 환경들을 레버리지하여 다양한 금융 관련 애플리케이션들을 구현할 수 있다.
1.2.4. AI-Ready VM
추가적으로, 인젝티브의 EVM은 AI 추론을 온체인에서 직접 실행할 수 있도록 해서, AI Agent들, 그리고 이와 관련된 다양한 AI와 블록체인 관련 이니셔티브들을 전개할 수 있도록 한다. AI 관련 추론을 온체인에서 바로 실행할 수 있기 때문에 오프체인 연산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고, AI를 이용하여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거나, 금융 관련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DAO와 같은 조직의 재부를 에이전트가 관리할 수 있도록 해서 인젝티브의 금융 애플리케이션을 더 심층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미 인젝티브는 네이티브 EVM 도입 전에도 AI와 관련하여 다양한 이니셔티브와 파트너십을 전개한 바 있는데, 이러한 이니셔티브 역시 EVM 개발자들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라고 할 수 있다.
1.2.5 다중VM, 하지만 하나의 토큰
마지막으로는 토큰 표현 단일화다. 인젝티브가 다중VM을 지원한다고 하면, 토큰 표준이 너무 다양해지고 이들간에 호환이 어렵지 않느냐 하는 걱정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인젝티브 역시 이 문제를 이미 인지하고 있었고, 이 문제를 Bank Precomplie과 ERC20 Module로 해결하고자 한다. 이들의 특성은 각각 아래와 같다:
Bank Precompile
EVM의 ERC-20 토큰이 Injective의 x/bank
모듈과 직접 상호작용할 수 있는 스마트 컨트랙트 인터페이스
기존에는 타 체인으로 토큰을 전송할 때 토큰 복제나 에스크로가 불가피했지만, 이제는 온체인에서 직접 ERC-20 형태로 일원화 관리가 가능
모든 토큰 활동(전송·민트·소각 등)이 WASM·EVM 환경 간 실시간 동기화되어, 이중 회계 문제를 원천적으로 방지
ERC20 Module
Injective의 네이티브 자산을 ERC-20 표준으로 매핑해, IBC·Peggy·TokenFactory 등 다양한 자산이 EVM과 자연스럽게 연동되도록 함
Bank denoms와 ERC-20 토큰의 매핑을 저장·관리
WASM 혹은 EVM 어느 쪽에서든 토큰을 생성하고 관리할 수 있어, 개발 유연성이 높아짐
개발자들이 ERC-20 표준을 활용해 Injective의 토큰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여, 폭넓은 생태계 지원이 가능함.
이처럼 Bank Precompile과 ERC20 Module의 결합은 Injective의 다중-VM 환경에서 토큰을 단일화된 방식으로 일관되게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이러한 방식으로 유저들은 복잡한 크로스체인 절차 없이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토큰을 다룰 수 있어, Injective가 추구하는 통합적이고 간편한 생태계를 구현할 수 있다.
지금은 "빠른 블록체인"들이 여럿 있지만, 인젝티브는 이러한 내러티브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누구보다 텐더민트의 가능성을 빠르게 포착했고, 자신들의 목적에 맞게 재설계하여 업계에 다양한 선례를 제공했다. 그리고 이러한 퍼포먼스는 EVM 도입 이후에도 계속된다.
인젝티브는 실제로 인젝티브 EVM의 성능을 크게 두 가지 테스트 환경에서 테스팅을 해봤는데 분산된 노드 간의 통신을 포함하는 실제 네트워크 환경(네트워크 중심 처리량)에선 약 4,500TPS를 달성하였고, 네트워크 제약이 없는 이상적인 환경에서는 최대 12,500TPS를 구현해냈다. 이는 현재 존재하는 고성능 EVM들과 비교했을 때 몇 배 이상 빠른 퍼포먼스라고 할 수 있다
빠르면서도 가장 최신의 Geth를 호환하는 인젝티브는, 다른 EVM 체인들과 비교했을 때 기술적으로 뒤처지는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제 인젝티브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인젝티브가 EVM 도입 다음으로 시급하게 해야 하는 것은 우수한 EVM 개발자들을 인젝티브로 데려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EVM 개발자들에게 선택지들이 무수히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특정 개발 집단들은 그랜트나 일시적인 혜택만을 노리고 제품 PoC만 구축한 뒤에 그랜트만 받고 다른 체인으로 이동하는 그랜트 헌터들도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발자들에게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도 단계적으로 그랜트를 주는 형태의 해커톤을 진행해도 좋고, 개발자들이 많이 분포되어 있는 학회와 장기적으로 소통하는 것도 필요할 수 있다.
물론 인젝티브가 가지고 있는 장점들도 있다. 인젝티브는 지난 3년간 충성적인 커뮤니티 집단(닌자라고 불리는)을 만들었다. 결국 애플리케이션 빌더 입장에선 자신들이 구축하는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할 수 있는 잠재적인 사용자들이 많은 체인들을 선호할 것이기에, 인젝티브가 가지고 있는 커뮤니티는 개발자들을 온보딩시키는 데 있어서 큰 장점으로 작용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인젝티브가 이제 네이티브하게 EVM을 지원하고 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빌더들에게 알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젝티브가 단순히 WASM에서 EVM으로 피봇팅한 것이라고 하면, 그렇게 대단한 변화가 아닐 수 있는데 이번 업그레이드를 통해서 "다중 VM 생태계 구축"을 선포한 만큼, 인젝티브가 EVM 도입만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실제로 이들은 롤업으로 EVM 생태계(inEVM) 뿐만 아니라 SVM 생태계(inSVM)도 구축하려 했고, 그 이후로도 가장 유명한 SVM 체인 중 하나인 소닉(Sonic)과 협력하여 인젝티브 개발자들이 솔라나 기반의 애플리케이션을 배포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기도 했다. 인젝티브의 이러한 행보는 개발자 생태계가 얼마나 성장하느냐에 따라서 추후에 SVM도 네이티브하게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결국 누가 더 안정적으로 다양한 개발자 생태계를 단일 코어에 정착시킬 수 있느냐도 굉장히 중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필자가 아까도 언급했듯, 스마트 컨트랙트 플랫폼의 고객은 궁극적으로 유저가 아니라 빌더여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새로운 것을 학습하는 것을 싫어한다. 익숙한 것을 좋아한다. 해서, 개발자들이 쉽게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앞으로 모든 스마트 컨트랙트 플랫폼들의 과제가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 인젝티브의 방향성은 굉장히 좋다고 생각한다. 과연 우리는 인젝티브 SVM, 인젝티브 MoveVM을 볼 수 있을까?
필자가 글을 쓰는 지금 이 시점에도 다양한 EVM 체인들이 나오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저마다의 특성과 특색으로 개발자들과 유저들을 모으고 있다. 그럼에도 필자는 인젝티브가 내세울 수 있는 가치가 많다고 생각한다.
우선 인젝티브는 메인넷을 론칭하고 지난 4년간 네트워크 단에서의 문제가 발생한 적이 없다. 이는 네트워크의 안정성과 일관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관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가치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이들이 EVM 말고도 WASM을 지원한다는 사실도 다른 "빠른 EVM"과 비교해서 차별점이 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술적으로도 이들이 구축해놓은 여러 가지 모듈이라던가, 인젝티브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토크노믹스(생태계에 사용자들이 많아지고, 더 많은 사용이 일어날수록 $INJ가 소각되는 형태의 플라이휠을 그린 유니크한 토크노믹스), 그리고 여타 다른 체인들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 속도와 퍼포먼스는 충분히 개발자들과 사용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어찌 보면 지금이 인젝티브가 도약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 인젝티브는 지난 4년간의 결실을 꽃피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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