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규제 개요
스테이블코인은 효율적이고 포용적인 지급결제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으나 가치 유지에 실패하거나 상환 불능시 코인런이 발생할 수 있고 준비자산 투매로 인해 금융시스템 전체에 심각한 리스크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엄격한 규제가 요구된다.
스테이블코인은 금융기관 등 사적 주체가 발행하는 지급수단이므로 신뢰성을 담보하는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며, 특히 발행인 규제, 준비자산 규제 및 파산시 이용자 자산 보호 절차가 마련되어야 한다.
해외 주요국의 스테이블코인 규제 동향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스테이블코인 법안(GENIUS Act)의 입법절차를 진행 중인데, 미국 내 발행되는 USD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은행 및 비은행의 발행을 허용하고 발행인에게 준비자산 회계 감사의무 등을 부과하며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호주의 조항을 규정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2024년 12월 30일부터 시행 중인 암호자산법(MiCA)에서 다양한 자산을 기반으로 가치를 유지하는 자산준거토큰(ART)과 단일 법화를 기반으로 하는 이머니토큰(EMT)을 모두 허용하면서 EMT의 경우 기존 전자화폐지침을 중복 적용하여 규제 정합성을 도모하고, 거래량이나 이용자 수가 일정 범위를 초과하는 "중요한 토큰(Significant Token)"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한 규제를 마련하고 있다.
영국은 영란은행과 FCA 등이 함께 스테이블코인 규제체계를 마련 중이며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대하여 영란은행의 결제 시스템(FMI) 규제뿐 아니라 FCA의 소비자 보호 및 시장 무결성 규제도 적용하는 이중 규제(dual regulation)를 통해 금융 안정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규제체계를 수립할 예정이다.
싱가포르는 결제서비스법에 자국 통화(SGD) 및 G10 통화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 관련 규제를 포섭하는 법 개정 절차를 진행 중인데, 동 규제를 준수하여 자국 내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Mas-regulated' 스테이블코인으로 공시하는 한편, 해외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는 기존 결제서비스법의 디지털결제토큰(DPT) 규제체계만 준수하도록 하는 이원화된 규제체계를 예정하고 있다.
홍콩은 스테이블코인 법안을 입법 추진 중인데 HKMA가 지정한 스테이블코인을 홍콩 내 발행하거나 홍콩달러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을 해외에서 발행하는 경우까지 동 법안의 규제 범위에 포함하고 있으며, 인가받은 발행사의 지배구조 및 운영에 있어 HKMA의 엄격한 사전통제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국내 스테이블코인 법안 제안
스테이블코인은 지급결제수단과 투자자산의 성격을 모두 가지며 이를 포섭할 수 있는 적절한 현행법의 틀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독자적인 규제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원화 뿐 아니라 타 법정화폐를 기반으로 한 스테이블코인까지 발행을 허용하되 해외에서 발행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는 국내 규제를 적극적으로 확장 적용하고, 해외에서 발행된 타 법정화폐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국내 발행규제에 상응하는 규제 준수가 확인된 경우에 한하여 국내 거래소 또는 플랫폼을 통한 유통을 허용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은행 뿐 아니라 비은행에게도 발행을 허용하되, 발행인 인가 및 자기자본 요건, 공시 규제, IT보안 규제 등을 부과하고 준비자산은 고유동성 자산에 한정하고 독립된 제3기관에 신탁 관리하도록 하여야 한다.
발행인의 운영 실패 또는 파산 등 긴급상황 발생에 대비한 금융당국의 개입권한을 규정할 필요가 있고,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외국환거래 규제는 개인지갑을 통한 우회가 가능하므로 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별도의 검토가 필요하다.
가상자산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한 스테이블코인의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나 특정 자산에 가치가 연동되어 있어 일반적인 가상자산에 비해 가격이 안정적인 특징을 지니므로, 결제와 송금은 물론 다양한 디지털 경제 활동에서 높은 활용성을 지닌다. 특히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CBDC 대신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공식적인 지지를 표명하고 BTC 등 가상자산을 전략자산으로 비축할 것임을 선언함에 따라 글로벌 가상자산 생태계에서 스테이블코인의 채택과 활용은 향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글로벌 환경을 고려할 때 국내 스테이블코인 규제 마련을 위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며, 본 보고서에서는 해외 주요국들의 입법 사례를 분석하여 국내에 적합한 스테이블코인 규제 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와 같은 특정 자산의 가치에 연동하여 가격 안정성을 유지하도록 설계된 디지털 자산이다. 주된 유형으로는 첫째, 법정화폐담보형(Fiat-backed)이 있으며 이는 현금이나 은행예금, 국채를 담보로 발행한다. 둘째, 자산담보형(Asset-backed)은 금, 비트코인 등 특정 자산을 담보로 활용한다. 셋째는 알고리즘기반(Algorithmic) 스테이블코인으로서, 알고리즘과 차익거래를 통해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여 가치를 유지한다고 주장하나 테라-루나 사태에서 본 바와 같이 한번 신뢰가 무너지면 가격 안정성이 급격히 떨어지는 단점이 있고 최근에는 스테이블코인의 유형으로 인정하지 않는 관할권도 증가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가상자산 생태계 내의 기축 통화로 주로 사용되며, 특히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는 주로 디지털자산 거래(거래·대출·차입)를 촉진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현재는 주로 가상자산 거래소나 디파이(DeFi) 플랫폼 등에서 활용되고 있지만, 향후 일반 가계 및 기업들이 결제 수단으로 폭넓게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실제로 법정화폐의 가치가 불안정한 아프리카, 남미, 동남아 등지에서는 실물 경제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미국의 대통령 금융시장 실무그룹(PWG), FDIC 및 OCC가 2021년 11월에 발간한 스테이블코인 보고서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은 제대로 설계되고 적절히 규제될 경우 기존의 지급결제 수단보다 빠르고 효율적이며 포용적인 결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나 동시에 심각한 금융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다. 대표적인 리스크로는 먼저 투기적인 가상자산 거래 과정에서 정보 비대칭을 이용한 시장 무결성 훼손과 투자자 보호 문제 등의 문제가 있으며, 익명성을 악용하여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 조달과 같은 불법금융의 도구로 악용될 위험도 상존한다.
가장 심각한 리스크는 스테이블코인이 지불결제 수단으로서 광범위하게 채택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건전성 리스크이다. 특히 발행인이 가치 유지에 실패하거나 상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이용자들의 신뢰가 급격히 무너져 '뱅크런(bank run)' 형태의 대규모 상환 요청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준비자산의 급격한 투매로 인해 자산 가격의 급락을 야기할 수 있는데, 준비자산은 금융상품으로 구성되므로 결국 금융시스템 전체에 막대한 피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더불어, 스테이블코인이 광범위하게 사용될 경우 결제 네트워크 장애 시 실물 경제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특정 스테이블코인이 시장에서 과도하게 우위를 차지하면 경제 권력의 집중으로 경쟁 제한 등 시장 독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현재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및 상환 메커니즘은 프로젝트마다 다르며, 준비자산의 구성과 투명성 또한 편차가 크다. 어떤 스테이블코인은 대부분의 준비자산을 안전한 은행 예치금이나 미국 국채로 보유하지만, 일부 스테이블코인은 상업어음, 회사채와 같은 상대적으로 위험한 자산까지 준비자산에 포함하고 있다. 게다가 상환 권리 역시 모든 보유자에게 무제한 1:1 상환이 보장되는 경우도 있지만, 일부 프로젝트는 최소 상환금액을 높게 설정하거나 특정 참여자에게만 상환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심지어 일부 프로젝트는 약관상 지급 지연이나 중단까지 허용하고 있어 사용자가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당하다.
요컨대, 스테이블코인은 국가와 같은 공적 주체가 아니라 금융기관 등 사적 주체가 발행하는 지급결제 수단이므로 신뢰성을 담보하는 장치가 필수적이며, 특히 발행인의 자격, 준비자산의 구성 및 관리, 파산 시 이용자의 자산 보호 절차 관련 규제가 반드시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스테이블코인은 금융시장으로 리스크를 전이할 가능성과 화폐의 단일성을 훼손하여 지급결제 시스템에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고, 특히 가상자산 시장의 경우 금융시장과 달리 시장 안정화 장치가 부재하고 스마트 컨트랙트를 활용한 즉시 청산과 다층적 레버리지 등으로 연쇄 청산의 위험이 상존하기 때문에 엄격한 규제가 요구된다.
후술할 영란은행의 스테이블코인 보고서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인 뿐 아니라 결제시스템 운영자, 지갑서비스업자, 기타 관련 서비스 제공자로 구성된다.
결제시스템 운영자는 블록체인 기반의 결제망을 개발·운영하거나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은행에 상응하는 신뢰성을 유지해야 금융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고, Circle, Tether, Visa, Mastercard, Paypal 등이 이에 해당한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인이 동시에 결제시스템 운영자가 되는 경우도 있고 카드사나 핀테크 업체도 결제시스템 운영자로 기능하는 경우가 많다.
지갑서비스업자는 최종 이용자가 보유한 코인을 보관하고 이전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보안과 자산 유출 방지를 위한 강력한 보안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클라우드 인프라 제공자나 노드 운영자는 결제 시스템이 중단없이 운영되기 위한 중요한 제3자에 해당한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인은 스테이블코인 규제 대상에 해당될 것이나, 결제시스템 운영자 및 지갑서비스업자의 경우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서비스 제공자에 해당하므로 가상자산사업자(VASP) 영업의 한 유형으로서 2차 입법에 따라 규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기타 관련 서비스 제공자의 경우 VASP 라이선스는 필요하지 않고 보안 관련 규제를 적용하면 족할 것으로 생각된다.
스테이블코인이 디지털 자산 시장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으며 기존 금융 시스템과의 연결성이 점점 증가함에 따라 미국 의회는 스테이블코인의 안전성과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2025년 2월 5일 GENIUS Act(The Guiding and Establishing National Innovation for U.S. Stablecoins Act)를 발의하였다. 이 법안은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및 운영을 규제함으로써 금융 안정성을 보장하고 이용자를 보호하며 규제 명확화를 통해 시장 신뢰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GENIUS Act는 당초 발의된 법안에 해외에서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상호주의 조항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일부 수정되어 2025년 3월 14일 상원 은행위원회를 찬성 18표, 반대 6표로 통과하였다. 구체적으로 추가된 내용은, 미국과 유사한 스테이블코인 규제 프레임워크를 가진 국가들과 법안 발표 2년 이내에 양자 협정을 체결하여 준비금 요구사항, 감독, AML/CFT 조치, 제재 준수 기준, 유동성 요구사항 및 위험관리 기준의 조정을 보장하도록 한 부분이며, 국제 거래를 촉진하고 달러 기준 스테이블코인 간 상호 운용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생각된다.
GENIUS Act는 연방 및 주 정부 간의 협력을 통해 명확한 규제 체계를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통화감독청(OCC) 등의 주요 규제기관이 스테이블코인 감독권한을 가지며, 주 금융 규제기관과 협력하여 스테이블코인 발행인의 감독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법안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려면 반드시 연방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무허가 발행은 위법으로 간주된다. 허가된 발행인은 반드시 1:1 준비금 요건을 충족해야 하며, 스테이블코인의 가치는 발행한 코인의 액면가와 동일한 금액의 준비금으로 담보되어야 한다. 준비금으로 인정되는 자산에는 미국 법정화폐, 연방예금보험이 적용되는 금융기관의 예금, 만기 93일 이하의 미국 국채, 7일 이하 만기의 환매조건부채권 및 중앙은행 지급준비금 등이 포함되며 이러한 준비금은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의 상환을 위한 목적으로만 사용되어야 하며, 재사용, 재담보, 재융자가 금지된다.
한편, 법안은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발행인에게 강력한 회계 감사 및 보고 의무를 부과한다. 모든 발행인은 매월 발행량과 준비금 내역을 공개해야 하며, 공인 회계법인에 의해 정기적으로 감사를 받아야 한다. 또한, 발행인의 최고경영자(CEO) 및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보고서의 정확성을 직접 인증해야 하며, 허위 보고 시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용자 보호를 강화하는 것도 법안의 핵심적인 내용 중 하나인데, 스테이블코인 보유자는 언제든지 발행인로부터 1:1 비율로 법정화폐로 상환받을 권리를 가지며, 발행인은 상환을 보장할 의무를 부담한다. 또한, 고객의 자산 보호를 위해 발행인은 고객의 스테이블코인을 자신의 고유자산과 혼장하지 않고 별도로 보관해야 한다. 만약 발행인이 지급 불능 상태에 처할 경우, 이용자의 스테이블코인 보유분은 발행인의 다른 채권자보다 우선적으로 변제받을 수 있다.
법안은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하고 있는데, 주요 연방 규제기관으로 하여금 국가표준기술연구소(NIST) 및 기타 관련 기관과 협력하여 스테이블코인의 상호운용성 기준을 마련하고 기술적 표준을 구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이 기존 금융 시스템과 원활하게 연계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기술 혁신이 지속될 수 있도록 장려하려는 취지로 생각된다.
또한, 법안은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하기 위하여 스테이블코인이 증권법 및 상품거래법의 적용을 받지 않음을 명시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시행 후 6개월 이내에 연방 정부가 규정 제정 현황을 보고하도록 하며, 이후 매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와 통화감독관(OCC)이 스테이블코인 시장 현황을 평가한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변화에 따른 규제 조정이 가능하도록 하고, 지속적인 감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였다.
유럽연합(EU)은 암호자산시장규제(MiCA, Markets in Crypto-Assets Regulation, Regulation (EU) 2023/1114)를 통해 암호자산 시장에 대한 통합적인 규제 체계를 구축하였다. MiCA는 기존 금융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암호자산을 포괄적으로 규율하기 위해 도입된 법안으로, 특히 금융 안정성과 이용자 보호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자산준거토큰(ART, Asset-Referenced Tokens)과 이머니토큰(EMT, E-Money Tokens)에 대해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특히, ART 및 EMT 발행인이 EU 내에서 활동하기 위해 반드시 충족해야 하는 인가 요건, 자기자본 요건, 준비자산 구성 및 관리, 백서 공개 의무 등을 상세히 규정하고 있는데, 특히 EMT의 경우 기존 전자화폐지침의 적용을 받도록 함으로써 기존 지급결제 규제와의 정합성을 도모하고 있다.
아울러, 거래량이나 이용자 수가 일정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 "중대한 토큰(Significant Token)"으로 지정하여 더욱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3.2.1 자산준거토큰(ART, Asset-Referenced Tokens)
(1) 개념
자산준거토큰(Asset-Referenced Token, ART)은 하나 이상의 법정화폐, 상품, 암호자산 또는 이들의 조합과 연동하여 가치를 유지하는 암호자산이다. 단순히 단일 법정화폐와 1:1로 연동되는 이머니토큰(EMT)과는 다르게, 특정 자산 바스켓 또는 금융 상품을 기반으로 가치가 형성될 수 있다. 예를 들어, USD와 EUR로 구성된 법정화폐 바스켓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이나 금(Gold)과 연동된 암호자산이 ART에 해당한다.
(2) ART 발행인의 인가 요건
ART를 발행하려는 모든 사업자는 반드시 EU 내에 법인으로 등록되어야 하며, 국가 감독기관(NCA, National Competent Authorities)으로부터 인가를 받아야 한다. 인가 없이 ART를 발행하는 것은 금지되며, 일부 예외적인 경우에는 인가 의무가 면제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발행된 ART의 평균 미결제 잔액이 5백만 유로(EUR 5,000,000)를 초과하지 않는 경우에는 인가 없이 발행이 가능하고, 해당 ART가 적격 투자자(qualified investors)에게만 제공되고 개인 투자자에게는 판매되지 않는 경우에는 인가를 받지 않고 발행할 수 있다.
ART 발행을 위해서는 발행인의 법적 주소, 경영진 정보, 재무 계획, 리스크 관리 정책, 준비자산 보유 방식 등을 포함한 인가 신청서를 제출해야 하며, 이를 국가 감독기관이 검토하여 승인 또는 거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국가 감독기관은 인가 신청서가 제출된 이후 최대 3개월 내에 심사를 완료해야 하며, 필요시 추가 정보를 요청할 수 있다.
(3) 신용기관(은행)에 대한 예외
신용기관(Credit Institution)인 은행이 ART를 발행하는 경우에는 일반적인 인가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지만, 발행일로부터 최소 90영업일 전에 국가 감독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은행이 발행하는 ART는 기존 금융 시스템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중앙은행과의 협의가 필수적이다.
국가 감독기관(NCA)은 신용기관이 ART를 발행하기 전에 유럽중앙은행(ECB)과 협력하여 해당 토큰이 통화정책 및 금융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할 수 있다. 필요할 경우 감독기관은 부정적인 의견(negative opinion)을 제시하여 ART 발행을 제한할 수 있다. 이는 특정 ART가 금융시장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리스크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생각된다.
(4) ART 발행인의 백서(White Paper) 요건
모든 ART 발행인은 백서를 작성하여야 하고 투자자와 이용자가 해당 ART의 특성과 발행 구조를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상세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백서에는 발행인의 신원 및 법적 주소, ART의 경제적 모델 및 발행 목적, 준비자산 보유 방식 및 관리 절차, 사용자 보호 조치, 그리고 시장 위험, 신용 위험, 유동성 위험 등을 포함한 리스크 공개 내용이 포함되고, 발행 전 반드시 국가 감독기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국가 감독기관은 최대 3개월 이내에 이를 검토하여 승인 또는 거부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승인된 백서는 모든 투자자와 이용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발행인의 웹사이트 또는 감독기관이 지정한 공식 플랫폼에 공개하여야 한다.
(5) 준비자산(Reserve Assets) 및 유동성 관리
ART 발행인은 해당 토큰의 가치 유지 및 상환 보장을 위해 반드시 준비자산을 보유해야 한다. 준비자산은 발행인의 운영 자금과 명확히 구분되어야 하며, 법적으로 별도 계정에 보관되어야 한다. ART의 준비자산은 현금이나 국채, 은행 예금 등 유동성이 높은 단기 금융상품으로 구성되어야 하며, 필요 시 즉각적인 상환이 가능하도록 설정되어야 한다. ART의 상환 요청이 있을 경우 발행인은 이를 즉시 이행하여야 하며, 상환을 지연하거나 거부할 수 없다. 이러한 요건은 ART가 지급 수단으로 안정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보장하며, 투자자와 이용자의 신뢰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6) 중요한 ART(Significant ART) 추가 규제
특정 기준을 초과하는 ART는 "중요한 ART(Significant ART)"로 지정되며, 추가적인 규제가 적용된다. MiCA는 ART가 대규모로 사용될 경우 금융시장 및 이용자 보호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추가적인 감독 조치를 도입하고 있다. 중요한 ART로 지정되는 기준은 크게 3가지인데, 미결제 ART 총액이 10억 유로(EUR 1,000,000,000)를 초과할 경우, 이용자 수가 1천만 명을 초과하는 경우, 일평균 거래량이 5천만 유로(EUR 50,000,000)를 초과하는 경우 등이다.
중요한 ART로 지정될 경우, 기존 규제보다 더욱 엄격한 규제 대상이 되며 유럽은행감독청(EBA)의 직접적인 감독을 받게 된다. 발행인은 더욱 강화된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갖추어야 하며, 정기적으로 재무 상태 및 운영 현황을 감독기관에 보고해야 한다. 또한, 필요에 따라 추가적인 유동성 요건이 부과될 수 있다.
3.2.2 이머니토큰(EMT, E-Money Tokens)
(1) 개념
이머니토큰(E-Money Token, EMT)은 단일 법정화폐와 1:1 비율로 가치를 유지하는 암호자산으로, 블록체인 기반 전자화폐(e-money)와 유사한 성격을 가진다. EMT의 보유자는 이를 법정화폐로 상환받을 수 있으며, 이는 기존 전자화폐 서비스와 동일한 기능을 제공한다. 이러한 이유로 MiCA는 이머니토큰에 대하여 기존 전자화폐지침(EMD2, Electronic Money Directive 2)상 전자화폐로 간주하는 규정을 둠으로써, 이머니토큰에 대해 MiCA 규제와 함께 EMD2 규제도 중첩적으로 적용받도록 하고 있다.
또한, EMT는 기존 금융 시스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자산준거토큰(ART)보다 더욱 엄격한 규제를 받는다고 볼 수 있다.
(2) EMT 발행인의 인가 요건
이머니토큰을 발행하려는 자는 반드시 전자화폐기관(EMI) 또는 신용기관(은행)으로 국가 감독기관(NCA)으로부터 인가를 받아야 한다. 이는 기존 전자화폐지침(EMD2, Directive 2009/110/EC)에 따른 규제이며, ART 발행인에 비하여 강화된 인가 요건을 충족하여야 한다.
(3) EMT의 준비자산 및 상환 의무
이머니토큰 발행인은 모든 EMT 보유자가 언제든지 해당 EMT를 법정화폐로 교환할 수 있도록 상환을 보장할 의무를 가진다. 이를 위해 발행인은 발행된 EMT 총액과 동일한 금액의 준비자산을 보유해야 하며, 해당 자산은 법적으로 보호되고 고객 자금과 구별하여 보관되어야 한다.
준비자산은 현금이나 유동성이 높은 안전자산(예: 국채, 은행 예금 등)으로 구성되어야 하며, 필요 시 즉각적인 상환이 가능해야 한다. 상환 요청이 있을 경우, 발행인은 법적으로 상환 요청을 즉시 이행할 의무를 부담하며, 이를 거부하거나 지연할 수 없다.
또한, EMT 발행인은 고객 보호를 위해 상환 가능성에 대한 명확한 조항을 백서에 포함해야 하며, 감독기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4) EMT 발행인의 자기자본 요건
MiCA는 EMT 발행인에게 최소 자기자본 요건을 부과하여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도록 요구한다. 모든 EMT 발행인은 발행된 EMT 총액의 최소 2%를 자기자본(Own Funds)으로 유지해야 하는데, 이는 예상치 못한 금융 리스크나 시스템 충격 발생에 대비하기 위한 버퍼로서 기능한다.
예를 들어, 어떤 EMT 발행인이 5억 유로(EUR 500,000,000) 규모의 EMT를 발행했다면, 최소 1천만 유로(EUR 10,000,000)의 자기자본을 보유해야 한다. 이는 발행인의 재무 안정성을 보장하고, EMT 시장에서의 발행인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규제이다.
(5) 중요한 EMT(Significant EMT) 추가 규제
MiCA는 특정 기준을 초과하는 EMT를 "중요한 EMT(Significant EMT)"로 지정하고, 일반 EMT보다 더욱 엄격한 규제를 적용한다. 즉, 발행량이 50억 유로(EUR 5,000,000,000)를 초과하는 경우, 이용자 수가 1천만 명을 초과하는 경우, 일평균 거래량이 5천만 유로(EUR 50,000,000)를 초과하는 경우에 해당하면 중요한 EMT로 지정될 수 있다. 중요한 EMT 발행인은 유럽은행감독청(EBA)의 직접적인 감독을 받으며 추가적인 리스크 관리 체계 도입 의무 및 정기적인 리스크 평가 보고서 제출 의무 등을 부담하고 감독기관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추가적인 유동성 요건이 부과될 수 있다.
(6) EMT 발행인의 이자지급 제한
EMT 발행자에 대한 규제 중 중요한 것은 이자 지급 금지 조항인데, MiCA는 발행자가 EMT 보유자에게 어떠한 형태의 이자도 지급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는 EMT를 단순한 지급결제 수단 및 가치저장 수단으로 기능하도록 하고 예금 상품으로 변질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며, 이자 지급이 허용될 경우 EMT는 지급결제 수단을 넘어 투자 상품으로 변질될 위험이 있고 이는 전통적인 금융규제 체계와 상충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에 따라 도입된 규제로 생각된다.
3.3.1 영란은행(Bank of England)의 스테이블코인 규제방향
영란은행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은 내부화폐(inside money) 즉, 민간 중개기관인 상업은행이 부채(신용) 형태로 발행한 화폐에 해당하며 스테이블코인이 널리 사용될 경우 이를 안전하게 규제하여야만 일반 대중이 화폐에 대한 신뢰(confidence in money)를 유지할 수 있다. 특히, 영란은행은 스테이블코인이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결제에서 사용될 경우에는 중앙은행 지급준비금(central bank reserves)으로 전액 담보(backing)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방향성을 제시한다.
(1) 스테이블코인 규제 배경
영란은행은 금융혁신에 개방적이며 경쟁적인 환경을 유지하되, 이러한 혁신이 금융 안정성 및 공공 신뢰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안전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특히 금융안정성과 "화폐 단일성"(singleness of money)이 훼손되지 않아야 함을 강조한다.
이 때, "화폐 단일성"이란 모든 형태의 화폐가 동등한 가치를 지니고, 상호 교환이 가능하며, 손실 없이 다른 형태의 화폐로 전환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의미한다. 스테이블코인이 대규모로 사용되었을 때 신뢰를 확보하지 못하면 상환 지연이나 1:1 교환에 대한 불안감 등이 발생할 수 있고 이는 화폐 단일성을 훼손하고 공공의 화폐 및 결제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킬 수 있다. 아울러, 스테이블코인 뱅크런(run)이 발생할 수 있어 결제 중단과 금융 시스템 전반의 신뢰 상실로 이어질 중대한 위험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영란은행은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스테이블코인은 항상 다른 화폐와 1:1 교환 가치를 유지하며 필요 시 즉시 액면가(par)로 상환될 수 있도록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동일 위험, 동일 규제(same risk, same regulatory outcome)" 원칙에 따라 스테이블코인도 은행 예금과 동등한 수준의 안정성을 갖추도록 규제하고자 한다.
다만, 은행 예금은 £85,000까지 예금자 보호와 특수한 정리제도를 통해 안전망을 제공하는데 반해, 스테이블코인은 이러한 제도를 적용받기 어려우므로 준비자산 요건과 자기자본 규제를 은행보다 더욱 엄격히 적용하여 예금보험 없이도 스테이블코인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마련할 계획이다.
스테이블코인은 결제 효율성을 개선하고 금융 시스템의 접근성을 확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기존의 전통적인 결제 인프라는 높은 수수료, 결제 처리 속도의 문제, 그리고 특정 금융 기관에 대한 의존성이 존재하는 등의 한계를 갖는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빠르고 비용 효율적인 거래를 가능하게 하고 프로그램이 가능한 화폐(Programmable Money) 개념을 통해 스마트 컨트랙트를 활용한 자동화 결제를 지원할 수 있다. 또한, 금융포용성 측면에서 전통적인 은행 계좌를 보유하기 어려운 계층에게도 보다 접근하기 쉬운 결제 및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기존 결제 인프라가 장애를 겪을 경우 백업 결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결제 시스템의 복원력을 향상시키는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은 다양한 경제적 위험을 수반할 수 있으며, 이러한 위험 요소가 적절히 통제되지 않을 경우 금융 시장과 통화 시스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먼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법정화폐 가치와 1:1 연동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소비자와 시장의 신뢰가 훼손되면서 스테이블코인의 가치는 급락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면, 기존 금융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은행 예금의 대규모 유출을 초래할 수 있다. 은행 예금이 대거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동할 경우, 전통적인 금융기관의 유동성 관리에 부담을 주며, 이에 따라 신용 공급이 위축되고 대출 금리가 상승할 위험이 존재한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이 단기 금융시장 내 머니마켓펀드 등과 연계될 경우, 대규모 자금 이동이 금융시장에 급격한 충격을 줄 수도 있다.
(2) 영란은행이 제안하는 스테이블코인 규제 프레임워크
영란은행은 2023년 금융서비스시장법(FSMA 2023)의 개정으로 결제 시스템 규제 권한을 확대하면서 디지털결제자산(Digital Settlement Asset, DSA)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도입하였다. 디지털결제자산은 기존 법정화폐와 동일한 수준의 안정성을 유지하도록 설계된 디지털 자산을 의미하며,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하되 그 범위를 암호화 여부와 관계없이 정의하고 있다. 또한, 비담보 암호자산이나 특정 화폐와 직접 연동되지 않은 스테이블코인 역시 금융 시스템에 시스템적 영향을 미칠 경우 감독 대상이 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DSA 규제는 영국 파운드 연동 스테이블코인(GBP-Pegged Stablecoin)에 중점을 두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규제 체계는 여러 기관 간의 협력을 바탕으로 구축되는데, 영란은행은 금융감독청(FCA), 결제시스템청(PSR)과 긴밀히 협력하여 규제 공백을 최소화하고, 국제적인 기준(CPMI-IOSCO 원칙)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규제 체계를 정립할 방침이다. 특히, 영국 재무부(HMT)와 협력하여 스테이블코인 관련 정책 방향을 수립하고, 기존 스테이블코인 사업자들이 새로운 규제 체제 내에서 원활하게 편입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을 밝히고 있다.
영란은행의 규제 접근 방식은 결제 서비스 제공에 초점을 맞춘다.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결제 수단으로 사용될 경우 영란은행이 직접 감독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여 대출, 투자상품 개발 등 기타 금융 기능을 수행하는 경우 기존 금융 규제(예: 은행업 규제, 증권 규제 등) 틀에서 관리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고객 예치금을 운용하여 대출을 제공하는 방식은 은행업으로 간주되며 이에 따라 별도의 인가를 받아야 하는 반면, 순수한 결제 기능만 수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은 영란은행의 감독을 받게 된다.
스테이블코인 결제 체인은 발행, 이체, 보관 및 교환이라는 세 가지 핵심 기능으로 구성된다. 발행 단계에서는 새로운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되며, 상환 요청이 들어오면 동일한 방식으로 소각이 이루어진다. 이체 단계에서는 원장 시스템을 통해 거래가 처리되며 중앙화된 결제 인프라 또는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보관 및 교환 단계에서는 전자지갑(wallet)이나 암호자산 거래소(exchange)가 사용자들에게 스테이블코인 관리 및 법정화폐와의 교환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는 여러 규제 기관의 관할에 걸쳐 있으므로, 기관 간 협력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영란은행은 금융감독청(FCA), 결제시스템청(PSR) 등과 공조하여 규제 공백 및 중복을 최소화할 예정이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인은 영란은행의 결제 시스템(FMI) 규제뿐 아니라 FCA의 이용자 보호 및 시장 무결성 규제도 적용받게 되며, 이러한 이중 규제(dual regulation)를 통해 금융 안정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규제 체계가 수립될 전망이다.
또한, 영란은행은 발행 기능과 기타 금융 활동(예: 대출, 투자) 간의 법적 분리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FTX 사태와 같은 대형 금융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기능간 이해상충 문제를 해결하고 고객 자산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3) 스테이블코인 이체 기능 및 운영 요건
결제 시스템 운영자의 핵심 요건
영란은행은 스테이블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사용할 경우, 기존의 금융시장 인프라(FMI)와 동일한 수준의 운영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 산하의 CPMI-IOSCO가 설정한 금융시장 인프라 원칙(PFMIs, Principles for Financial Market Infrastructures)을 스테이블코인 결제 시스템에도 적용할 방침이며, 이 원칙에 따라 결제 시스템 운영자는 재무적·운영적 복원력을 갖추고, 거래가 확정된 후에는 되돌릴 수 없는 결제 최종성(settlement finality)을 보장해야 한다. 또한, 결제 체인 전반의 리스크를 식별하고 이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영란은행은 이미 CHAPS(고액결제 시스템) 등 전통적인 결제 시스템을 감독해왔으며, 스테이블코인 결제망도 유사한 기준을 충족하도록 요구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결제 시스템 운영자는 자체적인 리스크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하며, 시스템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운영 리스크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 특히, 이용자가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보안 취약점, 해킹 위험, 기술적 결함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엄격한 내부 통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스테이블코인 결제 시스템 운영자는 블록체인 기반의 퍼블릭 원장을 활용할 수도 있고, 중앙화된 원장 시스템을 구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방식을 채택하든 결제 신뢰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원칙이며, 시스템 장애가 발생할 경우 신속한 복구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이용자들이 결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잠재적인 문제를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 제공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블록체인 기반 결제 시스템의 고려 사항
스테이블코인 거래는 기존의 중앙 집중식 결제 인프라와 달리,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분산원장(DLT) 기반 결제망은 기존의 금융시장 인프라와 차이가 있으며, 영란은행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결제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몇 가지 핵심 요건을 충족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우선,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결제의 최종성(settlement finality)이 보장되어야 한다. 블록체인에서는 특정 거래가 네트워크 상의 합의(consensus)를 거쳐 기록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결제 최종성을 확보하는 방식이 전통적인 결제 시스템과 다를 수 있다. 이에 따라, 퍼블릭 블록체인 또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에서 거래의 최종성을 보장하는 구체적인 기술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보안 리스크의 관리가 중요하다. 분산된 검증자 노드가 참여하는 비허가형(permissionless)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는 누구나 검증자로 참여할 수 있지만, 이에 따라 악의적인 행위자가 네트워크를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반해, 허가형(permissioned) 블록체인에서는 특정 참가자만 검증자로 지정될 수 있지만, 중앙 집중화로 인해 단일한 장애지점(single point of failure)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스테이블코인 결제 네트워크가 기존 금융 인프라와 효과적으로 연계되기 위해서는, 블록체인 원장이 기존 결제 시스템과 상호운용성을 갖춰야 한다. 영란은행은 차세대 RTGS(Real Time Gross Settlement) 시스템 개혁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스테이블코인 결제 시스템이 전통적인 결제 시스템과 연계될 수 있도록 동기화(synchronisation) 인터페이스를 개발 중이다. 이러한 상호운용성 개선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이 보다 광범위한 금융 인프라 내에서 안정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4) 스테이블코인 발행인의 준비자산 요건 및 이자 지급 제한
발행인의 준비자산 요건
스테이블코인의 가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은 전액 준비자산(100% reserves)으로 담보되어야 한다. 스테이블코인이 기존 은행 예금과 동일한 수준의 안정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모든 발행량이 충분한 준비자산으로 뒷받침되어야 하며 언제든지 1:1 상환이 가능하도록 보장되어야 한다. 영란은행이 선호하는 준비자산 모델은 전액 중앙은행에 지급준비금으로 예치하는 모델이다. 즉, 스테이블코인 발행인은 고객이 예치한 자금을 전액 영란은행에 예치하고, 필요할 경우 이를 이용해 즉시 상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기존의 전자화폐(e-money) 발행 모델과 유사한 방식으로서, 발행인이 외부 금융기관에 예치금을 맡기거나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는 운용행위를 하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모델을 도입할 경우, 스테이블코인 발행인은 자체적인 신용 위험을 제거할 수 있으며, 고객들은 언제든지 안전하게 코인을 상환받을 수 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확보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금융 시장의 불안정성을 최소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자 지급 제한 요건
영란은행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인이 중앙은행에 예치한 준비금에 대해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통적인 은행 예금과 달리, 스테이블코인은 대출 기능을 수행하지 않으므로 중앙은행이 이자를 지급할 필요성이 없다는 논리이다.
아울러, 스테이블코인 보유자에게도 이자를 지급할 수 없도록 제한할 방침이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한 결제 수단으로 유지하고 투자 목적으로 활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이다. 만약 스테이블코인 보유자가 이자를 받을 수 있다면 스테이블코인이 은행 예금과 유사한 기능을 하게 되며 이는 은행 예금의 이탈을 야기해 기존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이자를 지급하고 싶다면, 기존 은행업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하고 기존 금융기관과 동일한 수준의 규제를 준수하여야 한다. 이와 같은 정책 방향은 기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의 비즈니스 모델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은 준비자산 운용 수익(예: 국채 투자, 머니마켓펀드 운용 등)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러한 수익 모델이 제한될 경우 결제 서비스 자체의 경쟁력과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사업 모델을 재편해야 할 것이다. 영란은행은 이러한 조치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을 안전한 결제 수단으로 유지하고, 기존 은행 시스템과의 충돌을 방지하면서, 금융 안정성을 강화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5)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대한 추가 규제 요건
법적 청구권 및 상환 조건
스테이블코인 보유자들이 언제든지 1:1 가치로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권리를 가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보유자에게 명확한 법적 청구권(legal claim)을 보장해야 하며, 이러한 청구권이 보장되기 위한 법적 구조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모델은 크게 두 가지 법적 구조로 설계될 수 있다. 첫째, 부채(Debt) 모델은 스테이블코인 보유자가 발행인에 대한 채권자(creditor)로서 법적 권리를 갖는 방식이다. 이 경우, 발행인은 보유자가 요청할 경우 일정한 기간 내에 보유한 스테이블코인을 액면가(예: £1)로 상환해야 한다. 둘째, 신탁(Trust) 모델은 고객의 예치금을 신탁 계좌에 보관하고, 발행인은 이를 관리하는 신탁 관리자(Trustee) 역할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이 모델에서는 발행인이 파산하더라도 신탁 계좌에 보관된 자산은 보호되며, 스테이블코인 보유자는 신탁 재산에 대한 수익자(Beneficiary)로서의 권리를 갖게 된다. 발행인은 두 가지 모델 중 선택할 수 있으나, 발행인이 재정적 어려움을 겪거나 파산하는 경우에도 보유자의 권리가 우선적으로 보호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자산 보호(Safeguarding) 요건
스테이블코인 발행인은 고객이 예치한 자금을 발행인의 운영 자금과 완전히 분리하여 보호해야 한다. 이를 위해, 발행인은 모든 예치금을 별도의 신탁 계좌(Segregated Trust Account)에 보관해야 하며, 이 자금은 발행인의 부채 변제나 영업 비용으로 사용될 수 없다. 특히, 예치 자산을 관리하는 제3자 금융기관(예: 은행)을 신중하게 선정해야 하며, 해당 기관이 금융적으로 건전한지 정기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만약 예치 기관이 부실화될 경우, 발행인은 즉시 손실을 보전할 책임이 있다.
자본 요건(Capital Requirements)
스테이블코인 발행인은 운영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도록 충분한 자기자본을 보유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준비자산(예치금)과는 별도로, 발행사가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본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국제 결제은행(BIS)의 금융시장 인프라 원칙(PFMIs)을 반영하여, 발행인은 기본 운영 비용을 감당할 수 있도록 일정 수준의 자기자본을 유지해야 하고, 예기치 않은 시장 충격이나 운영 리스크에 대비하여 추가적인 유동성 확보가 요구된다. 영란은행은 발행인으로 하여금 위험 평가 프로세스(ICARA, Internal Capital Adequacy and Risk Assessment)를 구축하도록 하여,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리스크를 분석하고 이에 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자본을 확보하도록 요구할 계획임을 밝히고 있다.
감독 및 조기 개입 (Supervision & Early Intervention)
영란은행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인을 지속적으로 감독하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 조기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발행인의 리스크가 증가하거나 운영상의 결함이 발견되면 즉시 시정 조치를 내릴 수 있으며, 필요할 경우 더욱 강력한 규제 조치를 시행할 수 있다. 또한, 발행인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되거나 유동성 부족 문제가 발생할 경우, 영란은행은 즉시 개입하여 상환 중지 명령을 내리거나, 예치 자산을 동결하는 등의 긴급 조치를 취할 수 있으며 발행인이 파산하게 될 경우 특별관리제도(Special Administration Regime, SAR)를 활용하여 질서 있는 청산을 진행할 예정이다.
(6) 스테이블코인 지갑 제공자(Wallet Providers) 규제 요건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에서 지갑(Wallet)은 이용자가 코인을 보관하고 송·수신하는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수탁형(Hosted) 지갑은 사용자의 개인 키를 대신 관리하며, 실질적인 청구권 행사 수단으로 기능하기 때문에 규제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반면, 비수탁형(Unhosted) 지갑은 사용자가 자신의 키를 직접 보관하는 방식으로, 익명성이 보장되지만 자금세탁 및 금융 범죄 리스크가 존재한다. 영란은행은 비수탁형 지갑 사용이 과도하게 증가할 경우, 관련 규제가 필요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지갑 제공자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은 규제 원칙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즉, 지갑 시스템의 안정성을 확보하여, 지갑 시스템의 장애로 인해 전체 스테이블코인 결제 네트워크가 중단되는 사태를 방지하고 서비스 가용성과 복원력을 갖춰야 한다. 사용자가 언제든지 자신의 자산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함으로써, 지갑 제공자가 파산하거나 서비스를 중단할 경우 사용자가 자신의 스테이블코인을 안전하게 인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외부 감사 및 자금세탁방지(AML) 및 금융 범죄 방지 규정 등 규제 준수를 의무화한다. 규제 기관의 지속적인 감독을 통해 지갑 제공자의 운영 리스크를 평가하고, 필요 시 조기 개입할 수 있도록 한다.
(7) 기타 서비스 제공자(Other Service Providers)에 대한 규제 요건
스테이블코인 결제 시스템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기타 서비스 제공자로는 블록체인 인프라 운영자, 클라우드 서버 제공업체, 보안 소프트웨어 업체 등을 들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 결제망이 이러한 기타 서비스 제공자들에 과도하게 의존될 경우, 결제 시스템의 안정성이 특정 업체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클라우드 서비스(AWS, Google Cloud) 장애가 발생하면 결제 네트워크 전체가 마비될 수 있으며, 보안 소프트웨어의 취약점이 해킹으로 이어질 경우 사용자 자산이 대규모로 유출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영란은행과 FCA는 금융 부문의 중요한 제3자 서비스제공자(Critical Third-Party, CTP)를 지정하고 특별 규제를 적용할 계획이다. CTP로 지정된 업체는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게 되며 복원력, 보안 기준, 업무위탁 리스크 관리 등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3.3.2 FCA의 스테이블코인 규제방향
당초 FCA는 스테이블코인이 소매 결제에 주로 사용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금융서비스시장법(FSMA 2000)으로 스테이블코인 발행·수탁을 규제하는 한편 결제서비스법(PSRs)으로 스테이블코인 결제 활용을 감독하는 규제체계를 구상하고 있었으나, 최근에는 스테이블코인이 갖는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하여 향후 결제서비스법에 포함하지 않고 별도의 단일한 스테이블코인 규제체계를 마련할 것이 예고된 상황이다.
본 DP23/4 보고서에 따른 스테이블코인 규제방향은 기존 영국 정부가 마련한 암호자산 규제 1단계로서 스테이블코인 부문에 대한 종합적인 규제 방향을 제시하고 있으며, FCA의 궁극적인 목표는 스테이블코인에 내재된 다양한 위험을 완화하고 이를 안전한 통화 유사 수단(money-like instrument)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소비자 보호와 금융 시스템의 무결성을 확보하는 데 있다.
(1) 발행인의 요구사항: 자산 보유 및 상환
규제된 스테이블코인(영국에서 인가받은 발행인이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은 언제든지 발행량에 상응하는 가치의 준비자산으로 100% 뒷받침되어야 하고, 해당 자산은 가치 안정적이고 유동성이 충분하며 이용자가 원할 때 지체없이 1:1로 상환해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발행인은 유통 중인 스테이블코인 총량에 상응하는 준비자산을 항상 보유하여야 하고, 준비자산 구성은 저위험·고안전·고유동성 자산으로 한정된다. 구체적으로 영국 정부가 발행한 단기국채(만기 1년 이내) 및 단기 현금예치금 등이 준비자산으로 허용되며, 머니마켓펀드(MMF) 등 간접투자 수단은 배제될 예정이다. 즉, 변동성과 신용위험이 낮은 자산만 준비 자산으로 사용될 수 있으며, 발행인은 제3의 기관(은행 등)에 예치할 경우에도 기관 선정과 주기적 검증에 대한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하여야 한다.
이용자 상환 메커니즘 측면에서, 모든 규제된 스테이블코인 보유자는 발행인에 대해 언제든지 액면가로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이는 현재 일부 스테이블코인 발행인이 도매 고객에게만 상환을 허용하고 소액 개인 고객은 거래소 등 2차 시장 거래에만 의존해야 했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개인도 직접 발행인으로부터 1:1 상환받을 수 있도록 의무화된다. 발행인은 상환 요청 시 신속히(예컨대 다음 영업일) 처리하고 수수료, 절차 등을 명확히 고지해야 하며 상환 제한이나 지연을 최소화할 의무를 부담한다.
아울러 준비자산 가치는 일일 단위로 정산·점검되어야 하며, 자산 가치 하락이나 손실로 인해 준비자산이 발행량을 하회할 경우 발행인은 고유 자금으로 1영업일 내 부족분을 보충(top-up)하여야 한다. 또한 발행 인은 준비자산 및 상환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기록·관리하여야 하고, 만약 발행인이 파산할 경우 고객자산으로 분리되어 보관 중인 준비자산으로 반환 절차를 마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 스테이블코인 발행인 관련 규제
스테이블코인 발행인은 재무적 요건 외에도 소비자 보호와 금융안정을 위한 일반 영업행위 관련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여야 한다. 먼저 FCA의 소비자 의무(Consumer Duty)와 영업행위 원칙(Principles for Businesses)이 적용되며, 발행인은 제품 설계 단계부터 소비자의 이익과 니즈를 고려하고 예측가능한 피해(foreseeable harm)를 예방할 의무를 진다. 비록 발행 시점에는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발행되더라도, 2차 시장 등을 통해 개인투자자가 보유할 수 있는 경우에도 위 의무가 모두 적용된다.
또한 계약상의 권리·의무 측면에서 발행인은 약관을 공정하고 명확하게 작성해야 하며, 예를 들어 스테이블코인 동결(freeze) 조항이 있더라도 이는 자금세탁방지, 사기 및 제재 준수 등 협소하고 합당한 목적으로만 행사되어야 한다. 발행인은 소비자 보호법(2015 소비자권리법 등)을 준수하여 계약 조건이 불공정하거나 불투명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법적 책임도 명확히 인식하여야 한다.
정보공개 관련하여 발행인은 자사 웹사이트 등 주요 채널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에 관한 핵심 정보를 주기적으로 공개하여야 하며, 해당 정보에는 스테이블코인의 구조와 가치 안정 메커니즘, 총 발행량, 준비자산 구성내역과 총 가치, 외부 감사보고서 등의 증빙자료, 발행인과 보유자의 권리·의무(이용약관) 및 상환 절차(상환 방법, 소요 시간, 수수료, 반환자산 종류), 그리고 가치 안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험 요인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정보는 사실에 근거하고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명확하게 제공되어야 하며, FCA의 금융상품 광고 규정에 명기된 “공정하고 명료하며 오도하지 않을 것”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3) 수탁 관련 규제 (Custody requirements)
스테이블코인 수탁기관에 대해서는 전통 금융의 고객자산 보호 규정(CASS Sourcebook)을 기반으로 한강화된 안전장치가 마련될 예정이다. 우선 고객 스테이블코인 자산의 분리보관(segregation)이 핵심인데,수탁기관은 고객의 스테이블코인(및 개인 키)을 자사 고유자산과 철저히 분리하여 기록·관리하고, 지갑(Wallet) 구조에도 이를 반영해야 한다. 여러 고객 자산을 하나로 모으는 옴니버스 지갑은 효율성 면에서 허용되나, 개별 고객의 소유권이 항상 식별 가능하도록 장부기록 및 라벨링을 정확히 할 의무가 있다. 이러한 장부와 기록은 항상 정확하고 최신으로 유지되어야 하고 수탁기관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 누구에게 얼마나 반환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알 수 있어야 한다.또한 내부 통제와 보안 측면에서, 수탁기관은 적절한 조직구조와 통제 절차를 통해 고객자산의 무단 사용, 손실 또는 해킹을 방지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다중서명(Multi-sig), 온·오프라인 지갑 분리(핫/콜드 월렛), 키 관리 프로토콜 등 기술 솔루션을 활용하여 사이버 공격 및 내부사고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 또한 운영 상 리스크에 대한 적절한 지배구조를 갖춤으로써 권한있는 인력(CASS Oversight Officer 등)이 수탁 프로세스 전반을 감독하고 정기적으로 규제 준수 상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4) 조직 관련 규제 (Organisational Requirements)
스테이블코인 발행인 및 수탁기관은 건전한 조직 구조와 내부 관리체계를 갖추어야 하며, 이는 FCA의 기존 고위경영진 규제 및 시스템·통제 요건(SYSC)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제시되고 있다. FCA는 스테이블코인 관련 기업들도 여타 금융기관처럼 명확한 지배구조와 책임 소재가 분명한 경영진, 효과적인 리스크 관리 및 내부통제 장치를 갖추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사회 및 고위경영진이 비즈니스의 적절한 조직과 통제를 직접 책임지고, 합리적인 주의의무를 다하여 위험을 관리하며, 이해상충을 파악·회피 또는 관리하는 등의 요건을 동일하게 적용할 계획이다.
또한 FCA는 최고경영자 및 핵심 임원에 대한 승인제도(SM&CR, 고위관리자 인증제도)도 스테이블코인 부문에 전면 적용할 방침이다. 이는 중요 직책을 맡은 임원(Senior Management Functions)에 대한 적격성 심사와 명확한 역할 책임 부여를 뜻하며, 각 고위관리자는 자신의 책임범위를 기술한 책무구조도(SoR, Statement of Responsibilities)를 FCA에 제출하고 준법 의무를 이행하여야 한다. 운영상 탄력성(Operational Resilience)도 조직 관련 중요 규제에 해당하는데, 스테이블코인 사업은 분산원장기술(DLT) 의존도가 높아 기술적 장애(예: 블록체인 포크, 크로스체인 브릿지 해킹)가 발생할 경우 소비자와 시장에 광범위한 피해를 줄 수 있다. 따라서 스테이블코인 기업은 중요 업무 서비스에 대한 인적·기술적 구성요소를 파악하고, 시나리오 테스트 등을 통해 장애 발생 시 대응 계획을 갖추는 등 운영 중단을 예방·대응·복구할 능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 FCA는 현행 운영탄력성 규범(SYSC 15A)을 이 분야에 적용하여, 스테이블코인 기업이 업무 중단 위험을 식별·관리하고 대비책을 마련하도록 요구할 방침이다. 아울러 외부 서비스 이용 시 계약 등을 통해 해당 서비스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기술적 문제가 회사 통제범위 외에서 발생하더라도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비상 계획을 수립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5) 영업행위 및 소비자 보호 (Conduct of Business and Consumer Redress)
스테이블코인 발행인과 수탁기관은 FCA의 영업행위 원칙(Principles for Businesses) 전반을 준수해야하며, 특히 원칙 6, 7(고객 대응의 공정성 및 정보의 명료성) 및 원칙 12(소비자 의무)를 통해 개인 투자자를 공정하게 대우하고 투명한 정보를 제공할 의무를 부담한다. 예를 들어 소비자 대상 광고나 홍보는 반드시 “공정하고, 명확하며, 오도되지 않게” 이루어져야 하고, 스테이블코인의 특성과 위험에 대해 소비자가 오인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또한 취약한 소비자 보호, 분쟁 발생 시 신속한 대응 등 일반 금융상품에서 기대되는 행위기준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금융사기 및 오용 방지 측면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비교적 가격이 안정되어 불법 자금 세탁이나 탈법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자금세탁방지(AML)·테러자금조달방지(CFT) 규제를 철저히 준수하고 이상거래 모니터링, 고객 신원 확인(KYC) 등을 수행해야 한다. 발행인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의심 거래 시 토큰 동결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합법적 범위 내에서 투명하게 행사되어야 한다. 또한 FCA는 스캠(scam) 방지를 위해 이미 암호자산 광고 규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스테이블코인도 이에 준하여 허위·과장 광고나 다단계 사기 방지를 위한 규제를 적용받을 예정이다.
소비자 구제(Consumer Redress) 장치로는, 불만 처리 및 분쟁 조정 절차가 마련된다. 스테이블코인 관련 업체는 FCA 분쟁 해결 규정(DISP)에 따라 소비자 불만을 공정하고 신속하게 처리해야 하며, 소비자가 제기한 불만을 일정 기간 내 해결하지 못할 경우 영국 금융옴부즈맨(Financial Ombudsman Service) 서비스에 회부될 수 있다. 옴부즈맨은 회사와 소비자 간 분쟁을 독립적으로 조사하여 신속히 해결하도록 하는 법적 권한을 가지며, 필요 시 보상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따라서 발행인과 수탁기관은 내부 불만 처리 정책을 정비하고, 소비자 불만이 제기될 경우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한편, 금융서비스보상제도(FSCS) 적용 여부에 대해서도 논의되었는데, FCA는 당장은 발행인이나 수탁 기관의 새로운 규제활동에 FSCS 보호를 확장하지 않을 계획이다. FSCS는 우선은 충실한 사전 규제로 소비자 위험을 낮추는 데 중점을 두고, 만약 제3자 은행 부도 등으로 준비금에 손실이 발생하는 이차적 상황에서 최후 수단의 보상책으로서 기존 FSCS 규정이 적용될 수는 있지만(예: 영국 은행 예금자 보호 1인 £85k 한도), 스테이블코인 자체에 대한 일반적인 FSCS 보호는 제공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소비자 보호는 주로 사전적 규제(충분한 준비자산, 정보공개, 상환청구권 등)과 사후적 구제(민원 처리, 옴부즈맨 제도)로 구현되고, FSCS와 같은 보상기구는 제한적으로만 관련된다.
(6) 건전성 요건 (Prudential Requirements)
FCA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인과 수탁기관이 충분한 재무적 완충장치(자본 및 유동성)를 보유하여 자체 부실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막고 질서있는 시장 운영을 유지하도록 하고자 하며, 이를 위해 별도의 건전성 규정(Cryptocurrency Prudential Sourcebook, 가칭 ‘CRYPTOPRU’)을 마련하여 맞춤형 자본 규제 및 유동성 규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자본 요건을 도입하는 취지는, 스테이블코인 관련 기업이 예상치 못한 손실을 흡수하고 경기 사이클을 견뎌내어 지속적인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도록 충분한 자본을 확보하는 데 있다. 또한 기업이 문제를 일으켜 소비자에게 피해를 준 경우 이를 시정할 수 있는 재정적 능력을 갖추게 하고, 궁극적으로 사업을 철수해야 할 때에도 소비자나 금융시스템에 과도한 충격 없이 질서있게 철수(wind-down)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최근 테라·루나 사태, FTX 파산 등의 사례에서 보듯이, 자본 부족 뿐 아니라 지배구조의 실패 등도 기업 붕괴 원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충분한 자기자본 확보는 예기치 못한 손실 상황에서 소비자 보호와 시장 안정에 기여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구체적인 건전성 규제로는 최소 자본 요건(예: 초기 및 지속적 자본금), 유동성 요건(단기 현금흐름 충족 능력), 리스크 익스포져 제한(특정 거래상대 집중도 등), 그룹 차원의 리스크 관리(모기업·계열사와의 위험 전이) 등이 마련될 예정이다. 예를 들어 발행인은 자신이 보유한 준비자산과 별개로 운영자금 및 위기 대응 자금을 충분히 확보해야 하며, 제3자 예치기관(은행 등) 부실로 인한 손실을 메울 수 있는 별도의 유동 재원도 요구될 수 있다. 또한 내부 위험관리 차원에서 기업은 자체 위험평가 프로세스(ICARA)를 운영하여사업 모델 상의 모든 위험요인을 식별·측정하고 적정 자본을 산정할 의무를 부담할 예정이다. 아울러, 규제 당국이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자본 및 유동성 관련 보고자료를 제출하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7) 규제된 스테이블코인 발행인 및 수탁기관의 실패 관리 (Managing Regulated Stablecoin Issuers and Custodian Firm Failures)
FCA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인이나 수탁기관이 파산 등으로 실패하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고 시장 혼란을 억제하기 위한 사후적 관리체계를 구상하고 있다. 기업 실패는 완전히 막을 수 없으므로, 중요한 것은 실패 시 질서 있는 정리(orderly wind-down or insolvency)를 통해 고객 자산을 안전하게 반환하고 파급 효과를 통제하는 것이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인이 영업 중단이나 파산에 직면하면, 보유 중인 준비자산은 소비자(스테이블코인 보유자)에게 반환되어야 한다. FCA는 이를 위해 기존 고객자금 보호규정(CASS)의 “풀링 이벤트(pooling event)” 개념을 도입하고자 하는데, 발행인 자체가 준비자산을 보유하다가 실패하는 경우, 1차 풀링(PPE, Primary Pooling Event)이 발생하여 모든 준비자산을 모아 고객에게 비례 배분하거나 자산을 현금화하여 분배하는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
또한, 발행인과 별개로 준비자산을 보관하던 제3자 수탁기관이 실패할 경우, 2차 풀링(SPE, Secondary Pooling Event)이 선언되며, 해당 기관에서 잃게 된 준비자산의 부족분을 발행인이 보전하지 않을 경우 그 손실을 모든 고객이 비례 부담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발행인은 가능한 한 이러한 제3자 손실분을 신속히 메워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 발행인이 이러한 의무를 적의 이행할 경우에는 스테이블코인의 1:1 가치가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발행사가 위 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때를 대비해 제도적 보호장치(FSCS 등)가 논의되고 있는데, 예를 들어 준비자산이 예치된 은행이 예금자보호(FSCS, Financial Services Compensation Scheme) 적용 대상이라면, 개별 소비자는 £85,000 한도 내에서 보상을 청구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스테이블코인의 익명성으로 인해 실제 소유자 식별이 어려울 수 있어 이러한 보상 절차에는 한계가 존재할 수 있다.
한편, FCA는 스테이블코인을 구성하는 핵심 기술(예: 블록체인)이 중대한 장애를 겪는 경우에도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논의 중인 방안 중 하나는 기술적 실패 발생 시 스테이블코인 운영을 중지(예: 온체인 거래 동결)하고 이를 발행인 실패에 준하는 처리(PPE)로 간주하여 소비자 자산을 보호하는 것이다. 어떤 수준의 기술 장애에 이 절차를 적용할지 등에 대해서는 추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인이나 수탁기관은 평소에 운영 중단 시나리오에 대한 “정리 계획(wind-down plan)”을 수립하도록 권장되며, 필요시 다른 건전한 업체로의 계약 이전(transfer) 등도 고려될 수 있다. CASS 규정 상 고객 자산을 다른 수탁기관으로 이전하는 것이 법적으로 가능하므로, 발행인의 준비자산이나 수탁기관의 보관 자산을 미리 지정된 대체 업체에 승계시키는 것도 검토 가능한 방안 중 하나이다.
(8)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한 결제 규제 (Regulating Payments Using Stablecoins)
영국은 당초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한 결제를 기존 전자화폐·결제 서비스 규율에 통합하여 동등한 수준으로 감독할 예정이었는 바, 현재 결제서비스규정(PSRs 2017)은 ‘자금(funds) 이체’를 규제 대상으로 삼고 있어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가치 이전은 현행법상 직접 규제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영국 재무부는 PSRs을 개정하여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가치 이전도 ‘자금 이체’ 범위에 포함시키고, 소비자가 일상 거래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할 수 있도록 법적 토대를 마련할 계획을 발표하였으나, 최근에는 이러한 계획을 철회하고 새로운 단일한 스테이블코인 규제체계를 마련할 계획임을 선언한 바 있다. 본 보고서의 (8),(9)에서 정리한 내용은 기존에 발표된 PSRs 개정방향의 내용이나, 향후 국내 논의를 위한 참고자료로서 살펴본다.
스테이블코인 결제의 잠재적 이점으로는 거래속도 향상, 정산비용 절감, 24/7 결제 가능 등의 효율성이 꼽히지만, 규제 공백 상태에서는 소비자 보호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FCA는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기존 결제체계와 동일하게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목표를 제시했다.
소비자 보호의 동등성 –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하더라도 기존 전자화폐나 은행결제와 유사한 수준의 보호와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 안전하고 책임있는 혁신 – 관련 업체들이 소비자 보호를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개발·제공해야 한다. 공정한 경쟁 환경(Level Playing Field) – 모든 사업자가 동일한 규칙 아래에서 혁신 경쟁을 펼칠 수 있도록 하여, 스테이블코인의 속도·정확성·비용 절감 효과를 소비자에게 전달해야 한다.
한편, 재무부는 스테이블코인 결제 모델을 두 가지로 구분하여 PSRs 적용을 모색하고 있다. 먼저 하이브리드 모델인데, 소비자가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하면 결제서비스 제공자(PSP)가 이를 즉시 법정화폐로 환전하여 상점 등 수취인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실제 가치 이전은 기존 결제망을 통해 이루어진다. 다음은, 순수 스테이블코인 모델로서 지불인과 수취인이 모두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고 온체인에서 직접 이전이 이루어지는 방식이다. 재무부는 이 두 가지 경우 모두 규제범위에 포함시키되, 거래에 사용되는 스테이블코인은 영국에서 인가된 ‘규제된 스테이블코인’이어야 함을 전제하고 있다.
그 외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는 별도로 마련하고 있으며, 영리 목적이 아닌 개인 간(P2P) 스테이블코인 송금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인 점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결제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업체는 PSRs 상 인가를 받아야 하며, 이와 관련하여 ‘결제 주선인(Payment Arranger)’ 개념이 논의되고 있다. 결제 주선인은 기존 결제서비스 사업자(Payment Service Provider)처럼 자본금 요건, 고객 자금 분리보관, 운영 요건 등을 준수하여야 하며 스테이블코인 특유의 추가적인 규제 요구사항도 충족하여야 하는데, 예컨대 결제 처리시간 준수(즉시 또는 일정 시간 내 완료), 수수료 및 환율의 투명한 공시, 거래 실패나 오류 발생 시 책임 소재 명확화 등이 이에 해당한다.
또한 스테이블코인으로 받은 대금을 상점이 즉시 법정통화로 전환받고자 할 경우 이를 원활히 처리할 수 있는 환전 및 정산 메커니즘을 갖추어야 한다. 이와 함께, 결제서비스 사업자가 고객 예치금이나 스테이블코인 잔액을 명확히 분리·보관하도록 PSRs의 고객 자금 분리 규칙을 적용대상에 포함할 예정이다. 이는 암호자산 수탁기관에 대한 규칙과 유사한 수준으로 마련될 예정이므로, 스테이블코인 결제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전자화폐 발행인이나 기존 결제기관과 유사한 의무를 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9)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의 영국 내 사용(Overseas Stablecoins Used for Payment in the UK) 영국은 해외에서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이라 할지라도 영국 내에서 결제수단으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엄격한 승인 절차를 적용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재무부는 영국 내 결제에 사용되는 모든 법정화폐 연동 스테이블코인에 동등한 규제기준을 적용할 계획이며, 영국에서 인가받은 발행인이 발행하지 않은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도 ‘규제 등가성(Regulatory Equivalence)’을 충족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국가와 무관하게 동일한 수준의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된다.
해외 스테이블코인의 승인 경로로 도입될 개념이 바로 앞서 살펴본 ‘결제 주선인(Payment Arranger)’ 개념이다. 결제 주선인은 FCA로부터 인가받은 영국 내 기업으로,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이 영국 내 결제망에서 사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심사 및 승인을 수행한다. 특정 해외 스테이블코인 및 그 발행인을 대상으로 FCA가 정한 기준(영국 내 인가받은 발행인 요건과 동일한 수준)을 충족하는지 평가하고, 이러한 기준을 충족할 경우 해당 스테이블코인을 ‘승인된 스테이블코인(Approved Stablecoin)’으로 분류하여 영국 내 결제에 사용하도록 승인하게 된다. 결제 주선인은 해외 발행인과 협력하여 심사 기준을 충족하도록 하며 승인 후에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여 규제 기준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다만,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이 승인되더라도 그 발행인이나 수탁기관은 영국 FCA의 직접적인 규율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소비자에게 알리고, 만약 해당 코인 자체의 실패(디페깅 등)로 손실이 발생할 경우 결제 주선인이 규정을 준수한 한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음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다만, 결제 주선인이 심사 의무를 소홀히 하여 부적격 코인을 승인한 경우, 영국 금융옴부즈맨 제도 등을 통한 소비자 구제가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요약하면, 위 규제체계는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을 영국 생태계에 편입하기 위한 ‘인증 게이트웨이’를 설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제 주선인이라는 인가된 중개자를 통해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의 신뢰성을 담보하고, 해외 발행 코인도 영국 내에서는 영국 발행 스테이블코인과 동일한 규제 기준을 충족하도록 함으로써, 국경 간 스테이블코인 사용에 따른 규제차익(arbitrage)과 소비자 위험을 줄이는 것이 목표이다.
한편 영국은 스테이블코인 관련하여 일부 세부 사항은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기술하고 있다. 특히 예금자 보호(Deposit Insurance) 적용 문제 관련하여 FSCS 보호 적용 여부 및 범위, 기술 장애 대응 방안 관련하여 블록체인 장애 발생 시 처리 절차, 스테이블코인 유형별 규제 관련하여 소매 결제용과 기관 투자용 스테이블코인의 규제 차이,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 승인 제도의 현실성 – 특히, 결제 주선인의 역할과 효율성 등과 같은 사안들은 앞으로의 논의 과정에서 더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P 23/4 보고서를 통해 영국은 암호자산을 제도권으로 포섭하여 안전하고 혁신적인 금융 환경을 조성하려는 명확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결제서비스법(PS Act)을 개정하여 자국 통화 및 주요 10개국 통화(G10)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을 명확히 규제하고 준비자산 관리기관의 등급을 제한하는 규제 프레임워크를 마련하고자 하며 현재 관련 입법절차를 진행 중이다. 싱가포르 통화청(MAS)이 2022년 말 실시한 공청회의 피드백을 반영하여 스테이블코인 관련 규제 방안을 최종적으로 확정하면서 발표한 보고서를 토대로 싱가포르의 스테이블코인 규제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1)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전반적인 규제 접근 방식
싱가포르에서 발행되는 단일통화 스테이블코인(SCS, Single-Currency Stablecoins)이 규제 대상이며, 특히 싱가포르 달러(SGD) 또는 G10 통화(미국 달러, 유로 등)에 연동된 단일통화 스테이블코인만이 이번 SCS 규제 프레임워크의 대상이 된다. 즉, 다른 자산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이나 해외에서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은 이번 규제대상에서 제외되며 이러한 비규제 스테이블코인이 싱가포르 내에서 사용되는 경우 기존 결제서비스법의 디지털 결제 토큰(DPT) 규제체계를 준수하는 것으로 관리된다. MAS는 이 같은 규제 범위 제한이 스테이블코인 발행인이 고품질의 유동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입장이다.
SCS 규제체계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서비스’를 결제서비스법상 인가대상 서비스의 한 유형으로 포함하고 있으며, SCS를 발행하는 기관은 반드시 해당 인가를 취득해야 한다. 이러한 발행업 인가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및 준비자산 관리·수탁 업무까지를 업무 범위로 포함할 예정이다.
MAS는 또한 은행과 비은행 발행인에 대해 규제 수준을 달리하고 있는데, 비은행 발행인의 경우 SCS의 유통 총액이 500만 싱가포르달러(SGD)를 초과하지 않는다면 대형 지급기관(MPI) 면허를 받을 필요가 없으며 해당 스테이블코인은 공식적인 ‘MAS 규제 SCS’로 인정되지 않는다. 그러나 유통량이 증가하여 한도를 초과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미리 MPI 면허를 신청하여 규제 준수를 선택하는 것은 가능하다.
은행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것은 두 가지 형태로 가능하다. 은행의 예금 부채를 토큰화한 형태의 스테이블코인은 기존 은행법과 건전성 규제 대상이 되므로 별도의 추가 규제를 받지 않으며 SCS 규제 프레임워크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한편, 은행이 은행 자산과 별도로 준비자산을 적립하여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경우에는 비은행 발행사와 동일한 규제 요건이 적용될 수 있다. MAS는 향후 은행 발행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추가적인 규제 조치를 부과할 수 있다는 입장이며, 이를 통해 규제 형평성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생각된다.
(2) MAS 규제 스테이블코인 발행인에 대한 준비자산 요건
새로운 SCS 규제 프레임워크에 따라 발행되는 MAS 규제 SCS는 엄격한 준비자산 규제를 준수하여야 한다. 발행인은 유통 중인 스테이블코인 총액의 100%를 초과하는 가치의 준비자산을 유지하여야 하며, 이러한 준비자산은 스테이블코인의 기준이 되는 통화와 동일한 통화로 보유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준비자산은 현금, 현금성 자산 및 만기 3개월 이내의 단기 채권으로 구성되어야 하고, 채권의 경우 신용등급 AA- 이상의 정부·중앙은행·국제기구가 발행한 채무증권만 허용된다.
발행인은 준비자산이 유통 중인 스테이블코인 액면총액의 100% 이상을 유지하도록 시가평가 기준으로 매일 점검하고, 신용위험·유동성위험·집중위험 등을 고려한 위험관리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시장 변동성이 발생하더라도 준비자산 가치가 100% 이하로 떨어지지 않도록 충분한 완충 자본(buffer)을 보유하고 이에 대한 세부 내용을 MAS에 보고해야 한다.
준비자산의 보관 및 관리에 대한 요건도 강화되어, 모든 준비자산은 발행인의 기타 자산과 분리하여 신탁 계정 등 별도 계정에 보관해야 한다. 원칙적으로 준비자산은 싱가포르 내 수탁업 인가를 받은 금융기관에 예치해야 하지만, 해외 수탁기관을 이용할 경우 해당 기관은 최소 신용등급 A- 이상을 유지하고 싱가포르 내 지사를 운영하며 MAS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준비자산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발행인은 매월 독립적인 감사인이나 공인회계사를 통해 준비자산 규모 및 적격 자산 요건 준수 여부를 검증받아야 하고, 해당 보고서는 발행사의 웹사이트에 공개되며 MAS에도 제출된다. 이와 더불어, 매년 외부 감사를 통해 준비자산 내역을 점검하고 그 결과를 MAS에 제출할 의무 역시 부담한다.
(3) MAS 규제 스테이블코인 발행인에 대한 적시 상환 요건
스테이블코인 보유자는 언제든지 보유한 MAS 규제 SCS를 액면가로 법정통화로 상환받을 수 있는 법적 권리를 가진다. 발행인은 상환 요청을 받은 날로부터 5영업일 이내에 요청받은 법정통화로 상환해 줄 의무를 진다. 다만, 예외적인 비상 상황(예: 금융시장의 급격한 경색, 동시다발적 상환 요청)에서는 MAS가 발행인에게 준비자산을 처분하도록 지시하여 상환이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할 권한을 갖는다. 위 5영업일 규정은 보유자가 발행인에게 직접 상환을 요청하는 경우에만 적용되며, 중개인을 통한 상환 시에는 각 중개인의 정책과 서비스 약관이 적용될 수 있다.
(4) 스테이블코인 발행인 및 유통 사업자의 운영 및 관리 요건
MAS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인의 건전한 운영을 보장하기 위해 내부통제 및 리스크 관리 체계를 마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발행인은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충분한 자본을 확보해야 하며, 재무적으로 지속 가능함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발행인은 운영 비용을 감당하기에 충분한 자본을 보유해야 하며, 최소 납입자본금 및 유동성 요구사항을 준수해야 한다.
발행인은 법적인 조직 구조, 주요 이해관계자, 주요 리스크 익스포져 및 재무 건전성을 포함한 리스크 관리 프레임워크(RMF)를 수립해야 하며, MAS의 감독하에 이를 정기적으로 검토할 의무를 진다. 또한, 운영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IT 시스템 및 사이버 보안 정책을 강화해야 하는데, 특히 스테이블코인과 관련된 주요 시스템(예: 발행, 상환, 유통 시스템)은 외부 공격이나 내부 조작으로부터 보호될 수 있도록 엄격한 보안 조치를 적용해야 한다. 이에 따라 MAS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인으로 하여금 기술 리스크 관리 프레임워크(TRMF, Technology Risk Management Framework)를 구축하고, 보안 점검을 주기적으로 수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발행인은 내부 지배구조를 강화하기 위해 경영진과 주요 주주에 대한 적격성 심사를 거쳐야 한다. 모든 주요 경영진은 금융 및 기술 분야에서 충분한 경험을 갖추어야 하며, 부적격한 자가 경영에 관여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도록 적격성 심사(Fit and Proper Test)를 통과하여야 하고, 주요 주주가 변경될 경우에도 MAS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유통 사업자의 경우에도 발행인과 협력하여 투명성을 유지할 의무가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거래소나 결제 서비스 제공자를 통해 거래되는 경우, 해당 플랫폼은 MAS 규정을 준수해야 하며, AML 및 CFT 규정을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 또한, 유통 과정에서의 법적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해 발행인과 유통 사업자는 고객 보호 조치를 포함한 계약을 체결할 의무가 있다.
(5) MAS 규제 스테이블코인의 투명성 및 공시 요건
스테이블코인 발행인은 스테이블코인의 핵심 특성과 관련된 주요 정보를 반드시 공개하여야 하며, 해당 정보는 웹사이트나 백서(white paper) 등의 공식 채널을 통해 제공되어야 한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의 신뢰성을 유지하고 투자자 및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규제이다. 발행인은 특히 스테이블코인의 설계 방식, 준비자산 구성, 상환 절차 및 주요 리스크를 명확히 설명해야 하고, 준비자산의 구체적인 내역(예: 자산유형, 보관 기관, 평가 방식 등)을 공개하여 투자자의 신뢰를 확보하여야 한다. 준비자산 내역은 최소 월 1회 업데이트해야 하며, 외부 감사를 거치도록 의무화 되어 있다.
또한, 발행인은 스테이블코인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마련한 비상 계획(contingency plan)을 공개해야 하는데, 예컨대 유동성 위기 또는 대량 상환 요청이 발생할 경우 발행인이 준비자산을 어떻게 활용하여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해 두어야 한다. 이를 통해 투자자와 소비자는 스테이블코인의 안정성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있게 된다.
MAS는 발행인이 제공하는 정보가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엄격한 규정을 마련하고 있는데, 발행인은 스테이블코인을 “법정화폐와 동일”하다고 표현할 수 없으며, 투자자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광고나 홍보 문구를 사용할 수 없다. 예를 들어, “MAS에서 보증하는 스테이블코인”과 같은 표현은 허용되지 않고, 이를 위반할 경우 MAS는 경고 조치를 내리거나 발행인의 인가를 철회할 수 있다.
(6) MAS 규제 스테이블코인의 시장 영향 및 향후 전망
MAS의 스테이블코인 규제 프레임워크는 싱가포르를 글로벌 디지털 금융 허브로서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는 이미 글로벌 금융기관과 핀테크 기업이 집중된 지역으로, MAS 규제를 충족하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인들은 보다 유리한 시장 환경에서 사업을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MAS는 이번 규제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글로벌 규제 기관과 협력하여 스테이블코인의 국제적 표준을 마련하고, 싱가포르가 디지털 자산 시장의 선도적인 규제 모델을 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임을 밝히고 있으므로 향후 MAS 규제 SCS가 아시아 및 글로벌 시장에서 중요한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최근 홍콩이 입법 추진 중인 스테이블코인 법안*은 홍콩 내에서 스테이블코인 관련 활동을 규제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틀을 마련한 법안으로, 총 11개 부문과 부속서로 구성되어 있다. 이 법안은 스테이블코인의 정의부터 인가 요건, 규제대상 행위, 감독당국의 권한, 위반시 제재 등을 포함하며, 홍콩 내 금융 안정을 도모하고 투자자를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법안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은 암호화 기술로 보안된 디지털 가치 표시로서 통화 단위 또는 가치 저장 수단으로 사용되며, 재화·용역의 지급, 부채 상환, 투자 등의 교환 매개로 대중에게 수용되고, 전자적으로 이전·보관·거래가 가능하며, 분산원장 등에서 운영되고, 하나 이상의 자산에 연동(가치 안정화)되는 특징을 갖는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증권, 예금, 선불전자지급수단 등 기존 금융규제로 다루어지는 자산은 스테이블코인의 범위에서 제외된다.
위 법안의 적용 대상은 ‘지정된 스테이블코인’과 ‘규제대상 스테이블코인 활동’으로 구분되며, 법정화폐(USD, HKD 등)나 금전적 가치 단위에 1:1로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이 규제의 직접적인 대상에 해당한다. 홍콩 금융관리국(HKMA)은 특정 디지털 가치를 ‘지정된 스테이블코인’으로 추가 지정할 수 있으며,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이나 변동성 담보 토큰 등은 규제대상에서 제외된다. ‘규제대상 스테이블코인 활동’에는 지정된 스테이블코인을 홍콩 내에서 발행하는 행위, 홍콩달러(HKD)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을 해외에서 발행하는 행위, 그리고 홍콩 금융관리국장이 추가로 지정한 기타 활동이 포함된다.
지정된 스테이블코인 관련 활동에 대하여는, 먼저 HKMA의 인가 없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유통하는 행위를 금지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최대 벌금 500만 HKD 및 징역 7년의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인가 없이 ‘지정된 스테이블코인’을 제공하거나 판매하는 행위, 홍보 행위도 금지되며, 인가 없이 스테이블코인 관련 광고를 게시하거나 배포하는 행위, 인터넷, SNS, 오프라인 매체 등을 통한 광고, 스테이블코인 거래에서 허위 정보를 제공하거나, 준비자산에 대해 기만적인 진술을 하는 행위도 모두 처벌 대상이 된다. 투자자를 속여 스테이블코인 구매를 유도하는 부당권유 행위도 금지되며, 다단계 방식으로 모집하는 행위도 금지 대상에 포함된다.
스테이블코인의 원래 목적은 지급결제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이나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가상자산 거래소 내에서 투자자산의 성격으로 주로 거래되고 있다. 이러한 스테이블코인의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투자 자산으로서의 규율과 지급결제 수단으로서의 규율이 모두 필요한데, 투자자산의 경우 이용자 보호를 위한 공시의무 이행이 핵심이 될 것이고 지급결제 수단의 경우 지급 재원의 안정적인 확보가 가장 중요할 것이다.
현행 법상 스테이블코인 규제의 틀로 활용할 수 있는 법이 존재하는지를 먼저 살펴보면, 투자자산을 규율하기 위해 제정된 대표적인 법은「자본시장법」이고, 일부에서는 자본시장법을 개정하는 방식으로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가상자산 규제를 하자는 의견도 존재한다. 그러나, 자본시장법상 공시시스템은 폐쇄적인 국내 시장에서의 유통만이 가능함을 전제로 국내 증권 발행인으로 하여금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라는 공적 기관이 운영하는 공시 플랫폼에 공시의무를 이행하도록 강제하는 구조인데 반해, 가상자산 시장은 글로벌 복수 시장이 존재하여 국내 시장에서 반드시 유통하여야할 필요성이 크지 않고 특히 해외 발행인에 대하여는 국내 공시 플랫폼에 공시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존재하지 않는 문제가 있다. 아울러, 가상자산이 과연 투자권유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가상자산의 위험도를 구분하여 적합성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가능한지, 자본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들이 가상자산 관련 업무를 직접 수행하게 하는 것이 금융안정의 측면에서 바람직한지 등 다양한 이슈가 존재하므로 현실적으로 현 시점에 접근 가능한 방안으로 보기는 어렵다.
전자금융거래법은 단일법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본질에 가장 부합하는 법이기는 하나,현행 전자금융거래 법은 전자화폐, 선불전자지급수단 등 중앙전산 시스템을 사용한 관리 체계를 전제로 하고 있어 블록체인의 탈중앙적 특성을 고려하기 어렵고 애당초 거래법과 규제법이 복합된 형태로서 완결된 업권법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지급결제 수단과 투자자산의 성격을 모두 갖는 스테이블코인을 규제하기에 적합한 현행법의 틀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므로, 스테이블코인의 특성에 맞는 독자적인 규제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입법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본 보고서는 새로운 법안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이를 통해 시장 신뢰성 확보와 사용자 보호, 금융안정성 유지를 도모할 것을 제안한다.
본 보고서에서 제안하는 국내 스테이블코인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규제대상
먼저 법안에서 규율하고자 하는 규제대상을 확정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 발행되는 원화(KRW)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당연히 해당될 것이나, 타 법정화폐 및 자산을 기반으로 한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발행까지도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스테이블코인의 특성이 국경간 지급결제(Cross-border payment)에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USD 등 타 법정화폐 및 자산을 기반으로 한 스테이블코인을 국내에서 발행하고자 하는 수요는 충분히 존재할 것으로 보이고 원화에 기반하지 않은 스테이블코인이라 하더라도 국내에서 발행된 코인을 사용하는 것이 향후 문제 발생시 준비자산을 활용한 상환 절차 이행 등에 유리하므로 이를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된다. 예컨대, Circle이 발행하는 USDC를 해외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경우, 국내에 별도 법인을 설립하여 우리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은 후 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고 발행량에 상응하는 준비자산을 국내에 보관하게 함으로써 규제 준수 및 파산시 집행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게 된다.
해외에서 발행된 타 법정화폐 및 자산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국내 발행규제는 적용될 여지가 없을 것이나, 적어도 국내에 대규모로 유통되기 위해서는 국내 발행 스테이블코인에 상응하는 규제를 준수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 상장(거래지원)되기 위한 요건 또는 등록된 국내 전자금융업자 등 일정한지급결제 플랫폼 운영자에 의해 지급결제 수단으로 사용되기 위한 요건을 마련하고 이를 충족한 경우에 한하여 상장 또는 지급결제 수단으로 사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영국 역시 앞서 살펴본 결제 주선인 개념을 통해 이와 유사한 방안을 모색한 바 있는데, FCA로부터 인가받은 기업이 결제 주선인으로서 특정 해외 스테이블코인과 그 발행사가 FCA가 정한 영국 내 인가받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기준을 충족하는지를 평가하고 이를 충족하는 경우에만 ‘승인된 스테이블코인’으로 분류하여 영국 내 결제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때, 승인된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사 및 수탁사는 영국 내에서 발행한 것은 아니므로 FCA의 직접적인 규율을 받지는 않으며 이 사실은 소비자에게 명확히 고지되어야 한다는 점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다.
해외에서 발행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대하여는 국내 규제를 적극적으로 확장 적용할 것인지가 문제된다. 자국의 법정화폐를 기반으로 해외에서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을 규율하는 방식으로는, 싱가포르와 같이 국내 규제를 준수하지 않는 코인의 국내 유통도 허용하면서 이용자가 그 차이를 식별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공시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고, 홍콩과 같이 국내 규제를 적극적으로 역외 적용함으로써 해외에서발행된 자국의 법화를 기반으로 한 스테이블코인에까지 국내 규제를 준수하도록 강제하는 방안도 고려할수 있을 것이다. 생각건대, 원화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정적으로 사용되므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대부분 국내에서 유통될 가능성이 많고 국내 규제를 미준수한 코인의 유통을 널리 허용하게 되면 사실상 국내 규제가 형해화 될 우려가 있으므로 홍콩의 입법례와 유사하게 해외에서 발행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는 국내 규제가 적극적으로 역외 적용되도록 규율하는 방안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스테이블코인 규제가 잘 마련된 해외 관할권에서 인가를 받고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의 경우에는 일정한 예외 조항을 통해 국내 유통을 허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향후 발행인 파산 등에 대비한 준비자산 보관 관리를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국가 간 협력체계가 필요하다. 최근 미국 상원을 통과한 GENIUS Act에 해외 사법 관할권에서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상호주의 조항을 확대하여 반영한 것 역시 동일한 취지에서 국제적인 협력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이해된다.
(2) 발행인 자격
앞서 살펴본 해외 주요국의 스테이블코인 규제방향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재로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기에 가장 적절한 주체는 은행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미국, 유럽연합 등 주요 관할권이 은행과 비은행에 대하여 모두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고 핀테크 업체도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한 다양한혁신적인 지급결제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역시 비은행인 핀테크 업체 등에게도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은행의 경우 은행법 및 제반 금융관련 법령을 모두 적용받아 엄격한 재무상, 경영상 건전성 규제와 영업행위 규제 등이 이루어지고 있기는 하나, 금융안정성을 위해서는 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것이 아니라 자회사 형태로 발행하게 될 것이므로 은행의 자회사 및 비은행 모두에 대해 적용될 수 있는 발행인 인가 요건을 마련하여야 한다.
(3) 발행인 규제
스테이블코인 발행인은 일정한 자기자본, 유동성, 지급능력을 갖추어야 하고, 대주주 및 임원의 적격성, 적절한 내부통제체계 구축 여부 등 발행인으로서의 인가 요건을 모두 충족하여야 한다. 특히, 자기자본 요건을 통해 준비자산 외에도 완충 자본을 확충하도록 하고 자기자본에 비례하여 발행량을 관리하는 방식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중요 정보에 대하여 백서를 공시하고, 이를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할 의무,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른 AML/CFT 의무 및 블록체인의 기술적 특성을 고려한 IT 보안규제를 준수하고 기술적 장애 발생 시 신속한 대응 체계를 수립할 의무 등을 발행인에게 부과할 필요가 있다.
(4) 준비자산 규제
준비자산과 관련하여, 발행인은 준비자산을 고유동성 자산 위주(예금 및 국채 등)로 구성하고 계열사가 아닌 독립된 제3기관(은행이나 신탁회사 등)을 통해 신탁 관리하도록 함으로써 발행인의 부도 위험이 계열사로 전이되지 않도록 조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발행인은 매월 준비자산 현황을 공시하고 연 1회 이상의 회계감사를 받아야 하며, 준비자산 부족 시에는 즉각 보충할 의무를 부담하고 금융당국에도 보고하여야 한다.
(5) 운영 실패시 규제
발행인의 운영 실패 또는 파산과 같은 긴급상황 발생에 대비하여 금융당국이 신속히 개입하여 관리인을 선임하고 긴급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제도를 법제화하여야 하고 이를 통해 금융시장의 충격 전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 때, 운영 실패의 유형으로는 발행인 파산, 준비자산 수탁기관 파산, 기술적 장애 내지는 실패 등이 모두 고려되어야 하며, 금융당국의 긴급조치 관련하여 운영 정지, 관리인 선임 등과 관련한 구체적인 절차가 모두 마련되어 있어야 실제 긴급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신속히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6) 외국환거래 규제
스테이블코인은 특성상 국내외 자금 이동이 자유로워 외국환거래법상 거래 신고 및 규제에 어려움이 있다. 특히 개인 지갑 간의 거래는 신고 의무 및 모니터링 체계가 미비하여 불법 자금거래의 수단으로 악용될 위험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간 많은 논의를 통해 현재는 개인 지갑 간 거래는 AML/CFT를 포함한 가상자산 규제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것이 글로벌 컨센서스인 것으로 보인다. 당초 기획재정부가 추진하고자 한 외국환거래법 개정 방향은 가상자산거래소를 외국환거래법상 등록하도록 하고 분기별로 해외로 이전된 가상자산 거래내역을 신고하도록 하겠다는 것인데, 이용자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자기의 개인지갑으로 코인을 이전한 다음 다시 해외거래소 등으로 이전하는 경우 이는 국내 거래소의 신고대상에서 제외되므로 쉽게 우회될 수 있는 규제라는 취약점이 존재한다.
결국, 개인지갑 간 거래가 가능한 이상 외환당국이 스테이블코인의 거래 내역을 모두 추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내거래소를 통해 개인지갑 1, 개인지갑 2를 거쳐 해외거래소로 이전된 경우를 상정해보면, 개인지갑 1로 이전된 거래까지는 국내거래소에서는 KYC가 이행된 개인 지갑으로만 출금이 가능하므로 거래소를 통한 사후적인 신원 확인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나 개인지갑 2로 이전되는 거래부터는 KYC가 담보되지 않아 신원 확인이 어렵게 되는 문제가 있다. 아울러, 가상자산 믹싱 서비스 등을 이용하게 되면 이러한 추적 자체가 대단히 어렵게 되므로, 현재와 같이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외국환거래를 모두 신고하도록 하는 외국환규제는 본질적으로 스테이블코인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존재한다.
해외 주요국 중에 우리나라와 같이 외국환거래에 대해 직접적인 규제를 두고 있는 나라가 많지 않아 참고할만한 입법사례를 찾기가 쉽지 않다. 최근에는 일본, 브라질 등이 스테이블코인을 외국환 규제에 포섭하려는 시도를 한 바 있으나, 거래금액이 큰 경우에 한해 신고의무를 규정하되 현실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있거나(일본) 가상자산거래소에서 개인지갑으로 이전하는 것을 일체 금지하는 등 지나치게 규제적(브라질)이어서 글로벌 규제와 정합성이 떨어지고 우리 국민의 의식 수준에 비추어 현실적으로 수용되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존재한다. 결국,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한 외국환거래 규제는 좀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별도의 검토가 필요한 영역으로 생각된다.
본 보고서에서 제안한 국내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은 스테이블코인이 야기할 수 있는 다양한 리스크를 사전에 철저히 관리하여 국내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혁신적인 금융 생태계의 건전한 발전을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국내 실정에 맞는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조속히 마련하고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까지 포괄할 수 있는 글로벌 규제 공조를 추진함으로써 국내외 규제 일관성을 확보하여 우리 가상자산 시장의 국제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