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 글을 읽어야 하는가?
“커뮤니티가 전부다”라고 말하는 창업자
모든 피치덱에서 그 말을 반복해서 들어야 하는 VC
디스코드 활동량이 곧 컨빅션이라 믿는 개인투자자들
그렇다면 이 질문에 답해보자:
당신의 커뮤니티가 공유하는 신념은 무엇인가?
누가, 얼마나 자주, 무엇에 기여하고 있는가?
최근 가격이 70% 하락했을 때, 디스코드에는 어떤 대화가 오갔는가?
그들은 상호 연결된 네트워크인가, 아니면 단순한 군중에 불과한가?
이 질문에 30초 안에 답할 수 없다면, 당신이 알고 있는 것은 커뮤니티가 아니라 청중(audience)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 둘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본 글에 피드백을 제공해주신 poopmandefi, 0xjunkim , devrelius , 0xBrans, 100y_eth 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커뮤니티”는 크립토에서 흔히 남용되는 단어다. BARD 프레임워크는 커뮤니티를 신념(Belief), 행동(Action), 회복력(Resilience), 밀도(Density) 네 가지 축으로 구조화해, 그 실체를 분석 가능하게 만든다.
신념은 커뮤니티의 철학과 감정적 해자다. 공통의 가치와 서사가 있을 때만, 홀더 집단은 하나의 운동(movement)으로 진화한다.
행동은 가장 강력한 신호다. 진짜 커뮤니티는 관망하지 않고 재단과 함께 빌딩한다. 커뮤니티의 진짜 가치는 그들이 만들어낸 코드, 밈, 콘텐츠, 툴 등 모든 기여 행위의 총합이다.
회복력은 위기의 순간에서 드러난다. 약세장에도 밈과 코드로 응답하는 커뮤니티만이 살아남는다. 나머지는 투기적 청중일 뿐이다.
밀도는 커뮤니티의 자생성과 지속성을 결정한다. 강한 커뮤니티는 단단한 네트워크 (지역 밋업, 소규모 그룹 채팅방, 하위 DAO)을 형성하며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크립토 트위터와 웬만한 웹3 피치덱을 살펴보면 빠짐없이 등장하는 문장이 있다. “우리는 훌륭한 커뮤니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토큰 프리세일을 앞둔 프로젝트부터, NFT 민팅을 홍보하는 아트 콜렉션, 세련된 웹사이트를 내세운 L1까지, 모두가 커뮤니티를 자랑한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이 말하는 커뮤니티란 대체로 텔레그램이나 디스코드에 모인 단기적이고 투기적인 사용자 집단에 불과하다.
이처럼 '커뮤니티'라는 단어는 오늘날 크립토 업계에서 ‘탈중앙화’나 ‘혁신(innovation)’처럼 실체 없는 수사로 소비되고 있다. 그 결과, 무엇이든 커뮤니티가 될 수 있는 시대에, 커뮤니티라는 말은 사실상 아무 의미도 가지지 않게 되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구조적인 관점에서 커뮤니티를 정의하고, 진단하며, 분석할 수 있는 도구다. 이를 위해 본 보고서는 ‘BARD 프레임워크’를 제시한다.
BARD는 Belief(신념), Action(행동), Resilience(회복력), Density(밀도)라는 네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프로젝트가 “커뮤니티가 있다”고 말할 때, 그 실체를 검증할 수 있는 구조적 기준점을 마련하고자 한다.이 프레임워크의 목적은 커뮤니티라는 추상적 개념을 보다 구조화된 방식으로 해체하고, 이를 일정 부분 정성적·정량적으로 평가 가능한 분석 단위로 전환하는데 있다. 이는 곧 충성도 있는 사용자 기반을 구축하려는 창업자, 다음 내러티브를 탐색하는 디젠 투자자, 프로젝트를 평가하는 벤처 투자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분석 도구로 기능할 수 있다.
단, 본 프레임워크는 수치 기반의 정량 모델이라기보다는, ‘커뮤니티’라는 불명확한 개념을 구조화된 사고틀로 전환하기 위한 멘탈 모델에 가깝다. 즉, 정확성보다는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 BARD의 목적이다.
신념은 커뮤니티의 교리이자, 구성원을 하나의 사명 아래 결집시키는 중심축이다.
대부분의 크립토 커뮤니티는 신념에서 출발한다. 단순한 가격 기대를 넘어, 무언가 더 근본적인 가치를 믿는 이들의 결속이다. 때로는 그 신념이 종교적 열망에 가까운 양상을 띠기도 한다. 이는 과장이 아니다. 암호화폐는 본질적으로 내러티브(narrative)와 믿음(faith)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시스템이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솔라나 등 주요 체인들은 각각의 맥시멀리스트 집단을 보유하고 있으며, 많은 프로젝트들이 자신들의 지지자에게 고유한 호칭을 부여한다. Beras, Initiates, Ninjas 등 그 목록은 끝이 없다. 한 에세이는 “가장 강력한 서사는 종교이며, 도덕, 이야기, 실천을 결합해 자생적 운동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한다.
사회학자 베네딕트 앤더슨(Benedict Anderson)은 국가를 ‘상상된 공동체(imagined communities)’로 정의했다. 물리적으로 만난 적 없는 사람들이 신화와 상징을 공유하며 동일한 정체성을 구성한다는 개념이다. 암호화폐 커뮤니티 역시 이와 유사하게 작동한다. 국경 없는 부족(tribe), 밈과 슬로건, 준군사적 닉네임(.eth, .sol, .hl, .ip)을 매개로 한 집단 정체성은 국기와 국가를 중심으로 결집하는 전통적 공동체의 행동 양식과 유사하다. 결국, 크립토에서 말하는 ‘커뮤니티’란 공통의 상상력으로 구축된 집단 정체성이라 볼 수 있다.
비트코인을 예로 들 수 있다. "탈중앙화는 선이고, 은행은 악이다. 개인 주권은 선이고, 국가 통제는 악이다. 프라이버시는 선이고, 감시는 악이다.” 이러한 원칙은 비트코인 맥시들에게 일종의 성서와도 같으며, 단순한 자산 보유를 넘어 철학적 실천으로 체화된다. 자산의 셀프 커스터디, 반(反)은행적 태도, 레이저 아이 프로필 사진 등은 이 신념이 삶의 방식으로 전환된 결과다. 그리고 바로 이 공유된 신념이 Mt.Gox 사태와 수많은 비판 속에서도 비트코인 커뮤니티를 해체되지 않게 만든 접착제 역할을 해왔다.
이더리움 역시 고유한 신념 구조를 갖는다. ‘월드 컴퓨터’, 오픈 인프라, 만물의 탈중앙화라는 개념은 단순한 기술적 비전이 아니라, 이 네트워크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믿음 체계다. 공통된 신념이 존재할 때, 홀더들은 하나의 운동(movement)으로 진화한다. 이는 단순히 같은 토큰을 보유한 사람들의 집합과 명확한 사명감을 공유하는 커뮤니티를 구분짓는 핵심 기준이다.
다만 신념은 언제든 약화될 수 있다. 특히 구성원이 아니라, 리더십 내부에서 핵심 가치가 흔들릴 때 그 위험은 더욱 커진다. 현재 이더리움은 이러한 상태에 직면해 있다. 업그레이드 우선순위를 둘러싼 내부 갈등, 이더리움 재단(EF) 내부의 리더십 분쟁, 그리고 최근 불거진 이해상충 논란 등은 오랫동안 일관되게 유지되어 온 이더리움의 철학적 서사에 작지 않은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이더리움은 여전히 높은 문화적 구심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방향성이 불명확한 가운데 핵심 인물들이 각기 다른 이념적 노선을 택하고 있다는 인식은, 커뮤니티 내부에 점진적인 불안을 확산시키고 있다. 신념이 꼭대기에서부터 분열되기 시작하면, 그 균열은 공동체 전체로 퍼져나가게 된다.
이 사례는 보다 근본적인 사실을 시사한다: 신념은 양날의 검이다. 명확한 사명 없이 가격 상승에 대한 맹목적 믿음만 존재한다면, 그 커뮤니티는 실상 컬트에 가깝다. 실제로 한 비평가는 암호화폐 산업을 “믿음 기반 경제(belief-powered economy)”라 지칭하며, 이 산업이 실체 없는 집단적 믿음에 의해 유지되는 일종의 환상처럼 보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모두가 믿는 동안에는 시스템이 유지되지만, 그 믿음에 균열이 생기는 순간, 그 위에 구축된 모든 것이 무너진다. 진정한 커뮤니티의 신념은 현실적 성과에 의해 증명되고, 지속적으로 갱신되어야 한다. 제품이 출시되고, 마일스톤이 달성되며, 프로젝트의 공표된 가치와 실제 행위가 일치할 때, 커뮤니티는 비로소 그 믿음을 지속할 수 있는 근거를 갖게 된다. 신뢰는 에어드롭마냥 뿌릴 수 없다. 신뢰는 시간과 일관된 실천 속에서 축적되는 것이다.
신념을 평가하는 기준
커뮤니티의 신념을 측정할 수 있는 하나의 기준은 구성원이 프로젝트의 사명과 핵심 가치를 자신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단순히 마케팅 문구를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내면화된 정체성과 철학이 존재하는가를 살펴야 한다. 아무도 시키지 않아도 밈, 슬로건, 의식 등을 자발적으로 만들어내는가? ‘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자신만의 철학으로 답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그 관계는 믿음이 아니라 유동성 출구일 가능성이 높다. 신념은 커뮤니티의 감정적 해자(emotional moat)다. 무엇을 믿지 않는 사람은 무엇이든 믿게 된다는 말처럼, 명확한 신념이 없는 커뮤니티는 언제든지 외부 자극에 의해 와해될 수 있다.
행동은 커뮤니티와 수동적인 토큰 홀더들을 구분 짓는 핵심 요소다. 커뮤니티란 단순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기여와 참여로 증명되는 구조다. 강한 커뮤니티에는 프로토콜 성장에 자발적으로 기여하는 참여자들이 많으며, 이들은 보상을 기대해서가 아니라 열정과 신념으로 활동한다. 신념은 불을 지피지만, 그 불을 지속시키는 것은 커뮤니티의 지속적인 기여다.
진정한 커뮤니티는 단지 믿는 데 그치지 않고,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탈중앙화과 오픈소스를 핵심 가치로 삼는 암호화폐 생태계에서, 강한 커뮤니티일수록 Do-ocracy(행동 중심 구조)로 작동한다. 이곳에서 구성원은 무엇을 보유하고 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하고 있느냐로 평가된다.
수많은 프로젝트가 수십만 명의 토큰 보유자를 자랑하지만, 실질적인 기여자는 고작 수십 명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커뮤니티라기보다 관망자에 가깝다. 반면, 진정한 커뮤니티는 사용자들을 빌더, 교육자, 운영자, 콘텐츠 크리에이터, 거버넌스 참여자로 전환하며 생태계에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더리움 커뮤니티는 대표적인 사례다. 수천 명의 개발자, 연구자, 커뮤니티 구성원이 EIP를 작성하고, 디앱을 개발하며, 노드를 운영하고, 해커톤에 참여하고, 포럼을 운영하고, 문서를 번역하며 생태계를 움직이고 있다. 이처럼 이더리움이 위대한 이유는 단순히 ETH가 멋지다는 인식 때문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이 네트워크를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 OG 빌더는 이를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기여를 위한 실천은 엄청난 힘을 갖는다. 이더리움은 이 점에서 매우 잘 해내고 있다.”
실제로 강력한 생태계는 커뮤니티 구성원이 직접 구축한 툴, 자발적으로 기획한 밋업, 지역 단위의 홍보 활동, 수많은 비공식 기여로 구성된다. 대부분은 비영리적이고 자발적인 형태로 이루어지며, 각자의 지역과 언어권에서 생태계를 전파하고 확산시킨다. 이들은 단순히 “가즈아!”를 외치기보다는, 무언가를 만들어냄으로써 커뮤니티의 가치를 증명한다.
텔레그램 채널에 5만 명이 있다고 해서 커뮤니티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매주 돌아와서 실제로 기여하는 500명이 있는가, 그것이 더 중요하다. “Wen airdrop?”로 도배된 디스코드보다, 빌더와 크리에이터들이 모인 채널이 월등히 더 질 좋은 커뮤니티다. 투기성 커뮤니티는 브랜딩만 그럴듯한 투기 집단에 불과하다. 커뮤니티의 가치는 그들이 실제로 만들어낸 가치로 측정되어야 한다.
이러한 실천을 촉진하기 위해서 프로젝트들은 기여자들을 공정하게 보상하는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일부는 보조금(grants)이나 바운티 시스템을 통해, 다른 일부는 커뮤니티내 지위(status)와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을 통해 동기를 부여한다. 형태는 다양하지만, 핵심은 같다. 기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커뮤니티의 노력에 응답하며, 자발적으로 나서는 커뮤니티원을 공동체 내에서 끌어올리는 구조가 필요하다.
행동을 평가하는 기준
기여는 보통 가시적인 결과물(tangible output)과 분산된 참여(distributed participation)로 나타난다. 누가 제안서를 작성하고 있는가? 누가 커뮤니티 콜을 주관하는가? 독립적으로 만들어진 온체인 대시보드, 밋업, 사이드 툴들이 존재하는가? 만약 전체 기여의 90% 이상이 코어팀에서만 나오고 있다면, 그것은 커뮤니티가 아니라 관객이다. 반대로,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프로토콜 튜토리얼을 만들고, 신규 사용자를 온보딩하고, 버그를 고치고 있다면 탄탄한 커뮤니티다. 기여자는 커뮤니티의 통화다.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그 커뮤니티는 더 진정성 있고, 더 강한 생명력을 지닌다.
커뮤니티의 진정한 강도는 역경의 순간에 드러난다. 약세장, 해킹, 내부 분열과 같은 예기치 못한 상황 속에서도 흩어지기보다는 오히려 결속을 다지는 공동체야말로 진짜 커뮤니티다.
암호화폐는 본질적으로 변동성을 전제로 하는 산업이다. 시장은 무너지고, 프로토콜은 실패하며, 창업자는 사라진다. 이때 커뮤니티는 두 갈래로 나뉜다. 함께 무너지는가, 아니면 살아남아 정체성을 다시 세우는가. 광풍이 지나간 후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은 단순한 참여자가 아니라 사명을 공유하는 공동체라 할 수 있다.
공통된 위기를 함께 통과한 경험은 공동체 내부에 깊은 유대감을 만든다.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위험하게 살아라. 베수비오 화산 비탈에 너의 도시를 세워라”라고 말했다. 크립토 디젠들은 이 문장을 문자 그대로 실천해왔다. 검증되지 않은 프로토콜에 자산을 예치하고, 마이크로캡 토큰에 올인하며, 수차례의 폭락을 버텨낸 이력은 일종의 전우애적 정체성을 형성한다. 여러 차례의 시장 침체를 함께 경험한 커뮤니티는 자연스럽게 하나의 부족(tribe)처럼 진화한다.
회복력 있는 커뮤니티는 고통의 순간에 더욱 강해진다. 이들은 단순히 에어드롭이나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확신(conviction)을 바탕으로 프로젝트에 투자한다. 약세장 속에서도 제품을 만들고, 밈을 생산하며, 프로젝트에 대한 기여를 멈추지 않는다면, 그 자체가 바로 커뮤니티의 실질적 힘이다. 반면, 약세장이 시작되자마자 구성원이 사라졌다면, 그것은 애초에 커뮤니티가 아니다.
회복력은 단순히 위기를 ‘버텨냈다’는데 그치지 않고 이를 기반으로 정체성을 재구축할 수 있는가를 의미한다. 솔라나의 FTX 이후 사례는 커뮤니티의 강인한 회복력을 나타내는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FTX 사태 이후 $SOL 가격은 95% 가까이 폭락했고, 프로젝트 최대의 후원자는 사라졌으며, 언론은 사망선고를 내렸다. 그러나 커뮤니티는 해체되지 않았다. 빌더들은 여전히 생태계에 남아 있었고, 해커하우스는 활기를 유지했으며, 디파이 앱 출시와 NFT 민팅은 계속되었다. 결과적으로, 커뮤니티 내부에서는 이전보다 더 강한 밈, 유머, 그리고 희망에 대한 내러티브가 공유되기 시작했다. 이들은 FTX 사태를 하나의 전환점으로 받아들이며, “생존”이라는 정체성을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재편성했다. 당시의 고통은 오히려 커뮤니티를 정화시켰다. 단기적 이익만을 좇던 투자자는 빠져나갔고, 생존자들은 오히려 더 강하게 연결되었다. “모든 것이 무너졌을 때도 여기에 있었다”는 기억은, 어떤 로드맵보다 강력한 자산이 된다.
이는 이오스(EOS)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EOS는 ICO 역사상 최대 규모인 4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조달했음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데 실패했다. 거버넌스를 둘러싼 내부 갈등과 모멘텀의 약화는 빠르게 참여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핵심 기여자들이 이탈하면서 생태계는 가시적으로 침체되었다.
회복력을 평가하는 기준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하락장이나 위기 상황에서 커뮤니티가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관찰하는 것이다. 커뮤니티 채널(텔래그램, 디스코드 등)내 커뮤니티 활동은 장시간 꾸준히 유지되고 있는가? 초기 기여자들이 이탈했는가, 아니면 여전히 참여하고 있는가?
회복력은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통해 어느 정도 정량적인 분석도 가능하다. 시장이 하락하는 구간에서도 스테이킹 비율이나 장기 홀딩 비율이 유지되고 있는가? 주요 커뮤니티 리더 혹은 빌더들이 지속적으로 활동하고 있는가? 거버넌스 참여 비율이 유지되고 있는가?
회복력은 단지 무너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사명과 내러티브를 기반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다.
단순히 구성원이 몇 명 존재하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 사이의 관계가 얼마나 촘촘하게 얽혀 있는가이다. 진정한 커뮤니티는 일방향적 소통의 대상이 되는 청중이 아니라,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능동적 네트워크에 가까우며, 허울뿐인 팔로워 수보다 구성원간 교감의 깊이를 우선시한다.
BARD 프레임워크의 마지막 축인 밀도는 커뮤니티를 논의할 때 자주 간과되는 요소다. 암호화폐 프로젝트는 대체로 팔로워 수, 토큰 보유자 수, 디스코드 가입자 수 등 절대적인 지표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으나, 교감(connection)이 없는 집계(count)는 커뮤니티의 실체를 설명해주지 못한다.
밀도란 이러한 수치 중, 얼마나 많은 구성원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고 서로 상호작용하고 있는 가를 측정하는 개념이다. 밀도 높은 커뮤니티는 하나의 살아 있는 소셜 네트워크처럼 작동한다.
구성원들은 서로 협업하고 있는가? 정기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있는가? 혹은 단지 핵심 팀 주변을 산발적으로 맴도는 수동적인 토큰 홀더에 불과한가?
밀도가 높은 커뮤니티는 하나의 살아 있는 사회적 네트워크처럼 기능한다. 이들은 X, 디스코드, 포럼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상호 팔로우, 태그, 실시간 대화 등을 하며 이러한 교감은 신뢰와 협력, 그리고 지속성의 기반이 된다. 단순히 공식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는 구성원들만으로 이루어진 집단은 커뮤니티라기보다는 청중에 가깝다. 한 크립토 컨설팅 그룹은 커뮤니티 밀도를 “공식 채널 중심의 단방향 관계를 넘어, 구성원 간 직접적인 연결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라고 정의한 바 있다.
밀도 높은 커뮤니티는 얽혀 있는(entangled) 구조를 갖춘 집단이다. 이들은 지역 밋업, 소규모 그룹 채팅방, 하위 DAO 등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상호작용한다. 서로 함께 밈을 제작하고, 공동으로 툴을 개발하며, 필요할 때 자발적으로 서로를 돕는다. 그 결과, 구성원 내부에서 실질적인 소속감과 자율성이 형성된다.
이러한 밀도는 커뮤니티의 내구성과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특정 인물이나 브랜드가 사라지더라도, 구성원 간 연결이 유지된다면 커뮤니티는 붕괴되지 않는다. 즉, 밀도 높은 커뮤니티는 특정 리더십에 의존하지 않고도 자생 가능한 구조를 갖추게 된다.
핵심은 단순한 규모가 아니라 관계의 질(質)이다. 커뮤니티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만 명의 팔로워보다, 매일 대화하고 협업하는 천 명의 구성원이 훨씬 더 강한 네트워크 효과를 형성한다. 메트칼프의 법칙(Metcalfe’s Law)이 보여주듯, 네트워크의 가치는 단순한 참여자 수가 아니라, 의미 있는 사회적 관계의 수에 비례한다.
밀도를 평가하는 기준
밀도는 직접 정량화하기 어려운 지표이지만, 다양한 간접 지표를 통해 추정이 가능하다.
디스코드 채널에서 실제로 대화에 참여하는 사용자의 비율
X 상에서 좋아요 대비 댓글, 리트윗 등 쌍방향 상호작용 액션의 비율 및 빈도
구성원 간 상호 팔로우, 자발적 언급 빈도, 멘션 등
또한, 특정 구성원이 제안서, 포럼, 거버넌스 논의, 밈 계정 등 여러 채널에 반복적으로 등장한다면, 이는 커뮤니티 내부에 실제 네트워크가 존재한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높은 밀도는 커뮤니티를 자가 강화(self-reinforcing)하는 구조로 만든다. 한 번 형성된 연결이 다시 새로운 연결을 촉진하는 순환 구조를 형성하며, 그로 인해 커뮤니티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지속 가능성과 자생력은 결국, 이 연결의 밀도에서 비롯된다.
이제는 ‘커뮤니티’라는 단어에 실체를 요구할 때다. 단지 외형을 그럴듯하게 꾸미기 위한 장식어가 아니라, 실제로 형성되고, 작동하며, 지속 가능한 구조로서의 커뮤니티를 말해야 한다. 커뮤니티란 신념(Belief)으로 축적되고, 실천(Action)으로 구축되며, 회복력(Resilience)으로 검증되고, 밀도(Density)로 강화되는 결과물이다.
BARD의 각 축은 커뮤니티의 역량을 판단하기 위한 시각을 제공한다. 개별적으로도 유용하지만, 함께 적용하면 커뮤니티의 지속 가능성을 어느 정도 진단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로 작동한다. 예로, 프로젝트별로 각 항목에 대해 1~10점 척도로 점수를 매겨본다면 다음과 같은 차이가 드러날 것이다.
예를 들어, 탄탄한 커뮤니티를 보유한 프로젝트는 B=9 (명확하고 강한 집단적 신념), A=8 (다양한 형태의 기여자들을 갖춘 자생적 생태계), R=10 (위기를 함께 통과한 공동체 경험), D=8 (서로 긴밀히 연결된 네트워크)와 같은 양상을 보인다 (총 40점 만점에 35점).
반면, 커뮤니티를 그저 마케팅 수단으로 소비한 프로젝트는 B=5 (겉도는 사명감), A=3 (기여자는 소수에 불과), R=2 (하락장에 대부분 이탈), D=4 (구성원 간 유의미한 관계 부족)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총 40점 만점에 14점).
창업자와 커뮤니티 빌더에게 BARD는 ‘어떻게 커뮤니티를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한다. 신념은 일관된 비전과 꾸준한 성과를 통해 설계하고, 실천은 다양한 생태계 프로그램을 통해 촉진하며, 회복력은 어려운 시기에 남아 있는 이들에게 보상함으로써 확보하고, 밀도는 구성원 간의 연결을 촉진함으로써 특정 인물이나 조직에 의존하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낸다. 이 모든 과정의 궁극적 목표는 ‘창업자 없이도 자생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다.
VC 및 투자자들에게 BARD는 실사(due diligence)를 위한 분석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디스코드 참여자 수나 팔로워 숫자에 현혹되기보다는, 그 커뮤니티가 실제로 무엇을 믿고, 어떻게 기여하며, 위기 상황에서 어떤 태도를 보였고,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이 네 가지는 커뮤니티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강해질 수 있는 구조인가를 판별하는 핵심 지표다.
또한 카이토(Kaito)와 같은 툴의 등장으로, 이러한 평가 작업은 점점 더 정교하고 체계화되고 있다. 카이토는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활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커뮤니티내 실질적인 기여자들을 식별하고 프로젝트가 자발적 기여 중심의 보상 구조를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러한 기능을 통해 카이토는 BARD 프레임워크를 정량적 운영 체계로 확장할 수 있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크립토 생태계에서 기술은 포크할 수 있고, 자본은 언제든 빠져나간다. 그러나 커뮤니티와 문화는 복제할 수 없다. 따라서, 어떤 프로젝트의 창업자나 인플루언서가 “우리에겐 강력한 커뮤니티가 있다”고 말할 때, 그들에게 BARD 프레임워크로 설명해보라고 요청하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면, 그들이 말하는 커뮤니티는 실체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