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 실사용 강조: 애니메코인은 거버넌스, 굿즈 거래, 창작 후원, 펀딩 등 팬덤 활동 전반에 토큰 가치를 연동해, 투기가 아닌 실사용에 기반한 생태계를 구축하려 한다.
내재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 보전: 계층적 보상 체계, 소울바운드 NFT, 자유로운 창작 공간 등을 통해 팬덤 고유의 재미와 열정을 지키면서, 보상은 이를 인정 및 보완하는 수단으로 활용한다.
과도한 인센티브 지양: 무분별한 금전 보상은 팬덤의 순수성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 애니메코인은 창작 및 참여 동기가 애정과 열정에서 출발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거버넌스 설계: “1토큰=1표”만으로는 부족하므로, 이원화 DAO(양원제), 대리인 위임(delegate), 사중투표(quadratic voting) 등 다양한 방식을 혼합해 팬들과 투자자 간 이해관계를 조율한다.
애니메이코노미 2030: 기존 애니 산업 구조를 팬 소유 형태로 재편하여 팬, 창작자, 스튜디오 등이 모두 오너십을 가지고 창작활동을 하는 온체인 경제가 자리잡는다.
애니메 엑스포(Anime Expo)에서 암호화폐 지갑을 열어볼 상황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PBT(Physical Backed Token) 아즈키 후디를 입은 채, 한쪽 눈은 코스프레 콘테스트를 지켜보고 다른 한쪽 눈은 애니 파일럿(pilot) 펀딩 투표에 토큰을 행사하고 있다. 내 지갑에는 AnimeDAO에서 의사결정권(voting power)을 행사할 수 있는 소량의 $ANIME와 체인소맨에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인 레제(Reze)의 NFT가 들어 있다. 얼핏 보면 황당무계해 보이지만, 애니메코인(Animecoin)은 전 세계 애니메 팬덤을 온체인 경제로 재편해, 애니 팬들을 산업의 공동 소유자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팬들이 방대한 팬덤 경제를 지탱하는 근간이자 강력한 소비 주체라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K팝 팬들은 자금을 모아 아이돌을 후원하고, 굿즈 구입에 막대한 비용을 쏟으며, 음원 차트까지 좌우한다. 미국 NFL의 그린 베이 패커스 팀은 100% 팬 소유/비영리 구조를 통해, 팬 주도 사업 운영이 실제로 가능함을 증명해냈다. 그러나 좋아하는 대상에 열광하는 것과, 여기에 투자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차원의 행위다. 표면적으로는 “내가 사랑하는 작품에 대해 지분을 갖는다”는 점에서 애니메코인이 제시하는 비전이 모든 팬들의 이상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과연 팬덤이 투자자가 될 수 있는가, 그리고 투기적 요소와 결합했을 때 팬덤 특유의 순수성과 매력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라는 문제가 떠오른다.
본 글에서는 팬덤이 주도하는 온체인 경제가 과연 얼마나 성장할 수 있으며,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설계가 필요한지 살펴보고자 한다.
팬덤을 온체인 경제와 결합한다는 것은 팬들의 역할을 투자자이자 의사결정권자로 확장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전통적으로 팬들은 열정과 충성심에서 비롯한 오너십을 갖고 있었지만, 여기에 실제 소유권(거버넌스 토큰, NFT, DAO 투표권)이 부여되면 자본, 투기, 이익 추구 같은 순수하지 않은 요소들이 팬덤 문화 내부로 침투할 수 있다.
지속 가능한 팬덤 경제를 구축하려면, 그 가치가 팬 문화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만약 애니(또는 관련 콘텐츠)와 무관하게 토큰의 가치가 단순 카지노 칩처럼 분리된다면, 사실상 밈코인과 다를 바 없다. 이는 문화적 정체성을 가장 빠르게 훼손하는 길이기도 하다.
다행히도 애니메코인은 팬덤에게 실질적인 지분을 부여하기 위해 몇 가지 장치를 마련했다. 예를 들어 초기 공급량의 절반 이상을 커뮤니티에 배분(아즈키 커뮤니티 37.5%, 커뮤니티 펀드 13%, 파트너 커뮤니티 2%)해, 프로젝트 출시와 동시에 팬들이 지분 대부분을 확보하도록 했다.
또한 $ANIME 자체도 단순한 유틸리티를 넘어, 팀이 지향하는 기능적 가치를 담도록 설계되었다. 이는 곧 출시될 애니메체인(Animechain) L3의 가스이자, Anime.com에서 사용할 결제 수단, 그리고 거버넌스 권한 역할을 맡는다. 이를 통해 애니메코인의 가치가 투기가 아니라 팬 투표, 트랜잭션, 콘텐츠 생성 등 실질적 지표에 연동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프로젝트 팀은 Anime.com을 “애니메이션 산업 전체를 위한 소셜 레이어”로 칭하며, 마치 디스코드가 게이밍 분야를 묶어냈던 것처럼, 애니 문화 전반을 통합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낸다. 만약 $ANIME를 보유함으로써 동료 오타쿠와 교류하고, 굿즈를 구매하며, 창작자를 후원하고, 에피소드나 특전(혜택)을 언락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면, 토큰은 팬덤 활동 전반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것이다. 즉, 애니메코인이 단순 거래용 자산을 넘어, 팬들이 ‘무엇을 한다’는 경험 전반을 매개하는 수단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토큰 구조만으로 투기 리스크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실제로 에어드롭에 참여했던 일부 지인들은 애니 자체보다는 가격에 더 관심을 뒀다고 고백했다. 그렇다면 투자자를 유인하면서도 투기적인 행동을 최소화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99%의 체인들은 초기 인센티브 파밍이 끝나면 유령 체인으로 전락한다. 이에 필자가 주목하는 해법은 “문화적 피드백 루프(cultural feedback loops)”를 강화하는 것이다. 토큰이 단순 수익 창구가 아니라, 팬덤 활동에서 충분히 매력을 느낄 만한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예컨대 조기 시사회, 시나리오 투표, 토큰 보유자 전용 비하인드 콘텐츠 등이 마련된다면, 시장이 침체되어도 열정적인 애니 팬들은 이 생태계에 머무를 유인을 갖게 된다.
이러한 지속 가능한 팬 토큰 생태계를 유지하려면, 소위 하이프(hype) 관리 역시 필수적이다. 자가본드(Zagabond)는 “웹3에서 애니 문화를 제대로 발전시키고 싶으며, 과도한 마케팅에는 의존하고 싶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커뮤니티는 토큰 상장보다 팬이 직접 만든 아트나 밋업 같은 문화 이벤트를 기념하는 분위기를 보여준다. 만약 열기와 가치가 Anime.com을 통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팬 만화처럼 ‘문화적 산출물’에서 기인한다면, 투기는 단지 부수적 현상에 그칠 뿐 본질이 되지는 않는다. 그 결과, 팬덤이 토큰에 가치를 부여하고, 토큰은 다시 팬덤을 지원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면서, 문화적 진정성과 활력을 모두 유지할 여지가 생긴다.
Source: X (@superjustinnn)
나는 이 광경이 얼마나 기이한지 깨달을 때마다 웃음이 나온다. 애니 팬덤은 대부분 순수한 열정이 있다. 밤새 이어지는 격렬한 토론, 팬아트 열풍, 글루건으로 정성스레 이어붙인 코스프레 의상들이 그 예다. 과거에는 주로 굿즈나 티켓 구매를 중심으로, 팬에서 제작사 측으로 흐르는 일방향 구조가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지금 애니메코인은 이러한 방식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팬들은 커뮤니티에 기여해 토큰을 획득하고, 그 토큰을 보유함으로써 창작 의사결정에 참여한다. 이는 흥미로운 컨셉이지만, 동시에 “팬덤의 본질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금전적 보상을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라는 난제를 던진다.
여기서 핵심은 내재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와 외재적 동기(extrinsic motivation) 간의 균형이다. 팬아트는 금전적 보상을 노리는 수단이 아니라, 해당 애니에 대한 애정과 창조성을 표현하기 위한 행위여야 한다. 만약 대부분의 P2E 게임 사례처럼 모든 팬 활동이 “팬 투 언(fan-to-earn)” 형태로 변질된다면, 팬덤이 지닌 고유한 열정이 옅어질 위험이 있다. 행동경제학 연구에 따르면, 지나친 보상은 본래 내재적 즐거움(intrinsic joy)을 약화시키는 ‘과잉정당화 효과(overjustification effect)’를 일으킬 수 있다. 애니메코인의 인센티브 구조가 팬들의 열정을 치환(substitute)하는 대신, 인정하고 보완하는 방향으로 구축되어야 하는 이유다.
내가 주목하는 전략 중 하나는 계층화된 보상 체계(tiered reward system)다. 우선순위는 커뮤니티가 부여하는 인정(Recognition)과 존중이며, 그 뒤 토큰 보상이 따른다. 이를테면, 재능 있는 팬아티스트가 좋아하는 애니 시리즈에 멋진 포스터를 제작한다면, 커뮤니티는 먼저 그 작품에 호응하고 지지를 보낸다(팬덤의 순수한 열정에 대한 반응). 이후 애니메DAO가 $ANIME로 보상하거나, 공식 아트로 채택해줄 수 있다. 작품은 애정에서 출발, 금전 보상은 추가로 받는 형태가 이상적이다.
열정과 이익을 함께 유지하려면 장기적 관점이 필요하다. 팬덤은 몇 년, 길게는 수십 년간 유지될 수 있지만, 시장 환경은 불과 몇 주 내에도 급변할 수 있다. 그렇기에 애니메코인은, 예컨대 시간 가중 역할(time-weighted roles) 같은 방식을 통해 오래 보유하고 기여한 유저들에게도 영구적 명예나 혜택을 부여할 수 있다(소울바운드 토큰, 추가 의결권 등). 이는 금전으로 구매할 수 없으므로, 문화적 자본과 재정적 자본을 동시에 축적하게 된다. 이렇게 문화와 자본이 균형을 이루어야, 생태계가 단순한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는 ‘건강한 팬덤’을 유지할 수 있다. (아즈키의 Collector Profile 역시 유사하게, 기여도에 따라 웹3 배지와 엠블럼을 부여한다.)
물론 팬덤을 갉아먹는 착취적(extractive) 행위를 경계해야 한다. UEFA 일부 구단이 Socios.com을 통한 팬 토큰을 도입했을 때, 많은 팬들이 “팬 활동 자체가 유료화됐다”며 착취적으로 느꼈다. 이는 외부 투기 세력이 팬덤의 충성심을 착취해 이익만 챙길 위험으로 이어진다.
애니메코인의 거버넌스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자유로운 창작 공간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방안을 고민해볼 수 있다. 예컨대 본편은 무료로 유지하되, 토큰은 스핀오프나 독점 굿즈 구매 같은 부가적 선택지를 열어주는 데에 한정할 수도 있다. 특정 팬 그룹이 가상 컨벤션(virtual convention)을 기획한다면, NFT 티켓을 팔거나 토큰 보조금을 받는 형태로 기존 팬덤 열정을 소멸시키기보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결국 열정과 이익 사이 균형점을 찾으려면, 양 측면을 모두 키워가는 피드백 루프가 중요하다. 훌륭한 기여자들에게 토큰 보상을 제공하면, 그 기여자는 창작 활동에 더욱 몰입하고, 이는 또 다른 팬 유입과 토큰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Source: X (@Azuki)
애니메코인이 내세운 중요한 약속 중 하나는 “애니 팬이 애니의 미래를 직접 주도한다”는 탈중앙화된 세상이다. 이 말을 들었을 때 필자는 다음과 같은 현실적 질문이 떠올랐다. 만약 팬들이 수익성이 낮은 방향을 선호한다면, 혹은 큰 투자 수익만 노리는 고래들이 정작 열성 팬이 지지하지 않는 사안을 강행한다면 어떻게 될까?
“토큰 1개 = 1표” 방식은 가장 실행하기 쉽고 간단한 구조지만, 결코 이상적인 거버넌스 구조는 아니다. 투표권이 토큰 보유량에 비례하면 고래가 지배하는 구조가 될 위험이 크다. 더구나 실제로는 대부분의 토큰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으므로, 몇몇 큰 손들이 결과를 좌지우지하게 된다. (과거 UMA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만약 $ANIME의 시가총액이 낮다면, 악의적 행위자가 대량 매집으로 의사결정 전체를 장악할 수도 있다. 한편 실제 열성 팬들은 토큰이 적어 투표 영향력이 거의 없다고 느끼고 소외될 수도 있다.
실제로 자가본드는 “대부분 DAO는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며 비효율적이고 진척이 느리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는 애니메코인 재단이 임시로 거버넌스를 주도하는 이유기도 하다. 재단은 제안사항을 조사·검증하고, 커뮤니티 의견을 수렴하며, 고래가 전체를 전복하지 못하도록 기틀을 잡아준다. 일종의 ‘보조 바퀴’(training wheels) 역할을 하면서, 커뮤니티가 성숙해질 때까지 안전장치를 두는 셈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명확한 구조 없이는 팬과 투자자 간 충돌을 피하기 어렵다. 예컨대 양원(兩院) 구조의 DAO를 제안해볼 수 있다 (Optimism Collective가 토큰 하우스(Token House)와 시티즌 하우스(Citizen House)로 통치 구조를 이원화한 사례를 참고해보자). 이 모델에서, A 의회(Fan Council)는 토큰 보유량과 팬덤 증거(OG NFT나 커뮤니티 활동 이력 등)를 모두 반영해 투표권을 부여한다. 반면 B 의회(Token Council)는 순수하게 토큰 보유량만큼의 투표권을 행사한다. 제안이 양원 모두를 통과해야 하므로, 거대한 자본력(토큰)도, 열성 팬의 일방적 수요도 서로를 일방적으로 억압하지 못하도록 균형을 맞출 수 있다.
또 다른 접근은 위임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다. 모든 이가 직접 투표에 참여하기를 원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ArbitrumDAO 모델처럼 $ANIME 보유자가 대리인(delegate)에게 자신의 표를 위임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대리인은 커뮤니티로부터 위임을 받는 동안 제안에 찬반을 표하고, 만약 대리인이 팬덤 뜻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면, 언제든 위임을 회수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소극적 참여자도 가치관이 유사한 대리인을 내세워 간접적으로나마 거버넌스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거버넌스 방식은 일률적일 필요가 없다. 때로는 사중 투표(quadratic voting)나 사중 펀딩(quadratic funding)(Gitcoin이 사용한 구조)을 도입해, 크리에이티브 및 커뮤니티 중심의 제안의 경우 다수 소액 보유자의 의사가 고래보다 크게 반영되도록 할 수도 있다. 반면 예산이 큰 기술 업그레이드는 기존 토큰 투표로 진행하는 등 제안 성격에 맞춰 다양한 투표 방법을 병행할 수 있다.
한편 오프체인 토론의 중요성도 무시할 수 없다. 대규모 토큰을 보유하지 않은 팬들도, Anime.com 포럼 등에서 논의를 주도함으로써 투자 논리와 팬덤 논리가 만나는 접점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니치(niche) 번역 프로젝트가 투자자에게 ‘시장 확대’를 통한 수익성을 증명하면서 지지받게 된 사례가 있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다중 서명(multi-signature) 월렛이나 타임록(time-lock) 같은 장치도 초반에는 유용하다. 예컨대 “하룻밤 행사용 거대 프로젝트에 자금을 모조리 쏟아붓겠다”는 식의 충동 결정을 막으려면, 완전 탈중앙보다는 일부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커뮤니티 신뢰와 역량이 쌓이면, 이러한 장치들을 서서히 완화해 완전한 거버넌스로 이행할 수 있다.
결국 목표는 팬과 투자자 모두가 이익을 확인하고, 서로의 이익이 상충되지 않는 지점을 찾는 것이다. 만약 어떤 프로젝트가 정말로 큰 문화적 발전을 일으키면서도 신규 토큰 수요를 창출한다면, 팬과 투자자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 궁극적으로는 팬과 투자자가 동일 집단이 되어, 애니의 미래를 책임감 있게 고민하면서도 지속 가능성을 함께 추구하길 바라는 것이다.
크립토 생태계에는 실제 수요 없이 한때만 반짝하고 사라진, 이른바 유령 체인들이 다수 존재한다. 한때는 뜨겁게 주목받았으나 지금은 폐허가 된 곳들이다. 애니메코인이 그런 결말을 맞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애니 팬덤은 매우 크고, 취향도 제각각이다(소년 만화, 일상물, 로봇물, 이세계물 등). 이때, 하위 커뮤니티마다 각기 독립된 토큰을 발행하면 유동성이 분산되고 토큰 난립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애니메코인의 기획 의도는 이를 하나로 통합해, “애니 산업 전체를 관통하는 문화 코인”으로 자리매김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체인소맨 팬덤이라면, 애니메코인 생태계 아래에서 서브 DAO(탈중앙 자율 조직)나 NFT 프로젝트를 만드는 식이다. 한 하위 팬덤이 성공하면 그 성과가 전체 생태계로 파급되므로, 상호 간 윈-윈 관계가 형성된다.
기술적으로도, 애니메체인(Animechain)은 아비트럼 오빗(Arbitrum Orbit) L3 위에 구축되며, $ANIME가 가스와 결제 수단 역할을 겸한다. 원피스의 조로 NFT를 발행하거나, 팬아트를 올린 창작자에게 팁을 주는 모든 행위가 동일 체인과 동일 토큰을 통해 이뤄진다. 이를 통해 유동성을 한 곳으로 모으며 대형 NFT 마켓 거래를 간편화한다. 구조 자체는 오픈 소스로 누구나 확장할 수 있지만, 모든 애니 활동이 ‘단일 애니 경제에 연결된다는 점이 핵심이다.
참고로 코스모스(Cosmos) 사례를 보면, 앱체인(appchain)이 대규모로 존재함에도 이들이 제각각 독자 토큰을 발행해, 정작 $ATOM의 수요나 스테이킹 생태계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반면 애니메코인은 모든 서브 팬덤 활동이 애니메체인과 $ANIME를 사용하도록 설계함으로써, 각 하위 성공 사례가 자동으로 토큰의 가치, 나아가 전체 생태계에 힘을 실어준다.
유령 체인은 초기 인센티브가 사라진 뒤 남는 빈 껍데기와 같은 체인이다. 디스코드 서버가 오랫동안 유지되는 이유는, 누군가 거기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친구와 공통 관심사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Anime.com는 “전세계 애니 팬들의 홈베이스” 역할을 목표로 한다. 대화형 아바타, NFT 스티커, 계정 추상화 월렛 등은 애니 팬들이 복잡한 크립토 과정을 인식하지 않고도 즐길 수 있게 설계된다. 한편, UX가 직관적이면 많은 팬이 부담 없이 참여해, 커뮤니티가 붕괴하지 않고 계속 활기를 띌 수 있다.
추가로, 계속되는 콘텐츠 공급이 중요하다. 애니메라는 장르 자체가 새로운 에피소드, 아트, 이벤트를 끊임없이 내보내야 생명력을 유지한다. 그래서 애니메코인은 공식 콜라보, 커뮤니티 주도 프로젝트, 팬 콘테스트, 영화제 같은 행사를 계속 기획해, 이벤트가 끊이지 않도록 예산을 지원한다. DAO는 조용해질 시기에 짧은 애니나 가상 밋업 등을 펀딩해 팬들이 다시 모이게 만든다. 단일 신작에만 기대를 걸었다가 하이프가 꺼지면 끝나는 형태가 아니라, 여러 파동이 이어지는 구조다.
Source: X (@AzukiTCG)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성장을 ‘올바른 행동’에 대한 보상으로 유도한다는 점이다. 초기 에어드롭이 투기 세력을 유입시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이들은 소멸하고 실제 기여자가 더 많은 인센티브를 얻게 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팬아트 갤러리를 운영하거나, 팬 콘테스트를 개최한 활동가에게 토큰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네트워크 효과를 “채굴”할 수 있다. 목표는 단순 유동성 공급자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유저를 유치하는 것이며, “APY(연 수익률)”보다 “APM(Applause Per Minute),” 즉 커뮤니티 내 호응도와 문화 기여도를 더 중요한 지표로 삼는 태도다.
결국 각 사이클이 다음 사이클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 특정 팬 만화 프로젝트에 투자가 이뤄져, 새로운 팬 유입과 아이디어 창출로 이어지면, 이는 토큰 수요와 추가 제안을 낳고, 다시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는 식이다. 반면 “하이프→투기→폭락→붕괴” 패턴은 반대로, 무분별한 과대성장만 추구할 때 발생한다. 실제 참여도, 콘텐츠 다양성, 오프라인 행사 등을 중시하는 방식으로 커뮤니티의 성장 흐름을 끊기지 않게 해야 한다.
핵심은 탄력성(resilience)이다. 하나의 토큰을 중심축으로 삼아 대중적 애니메 산업과 긴밀히 연계하고, 이용자 경험을 간소화하며, 단기간 이익보다 문화적 가치를 우선하는 것이다. 언젠가 필자는 애니메체인 마켓플레이스에서 팬아트 기반 롤플레잉 월드가 열리고, 하위 팬덤 간 교류와 협업이 활발하며, 익숙한 유저 네임들이 오랜 기간 활동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그것이 바로 투기 열풍이 사라진 뒤 진짜 팬덤의 생태계가 되는 길이다.
5~10년 후 미래를 상상해보자. 애니메코인이 충분히 성숙한 미래는 애니 팬들에게 마치 공상과학 같은 유토피아로 보일 수도 있다.
먼저, 아침에 일어나 Anime.com을 확인한다. 이곳은 이제 애니 관련 모든 것을 아우르는 통합 허브 역할을 한다. 어젯밤 행사에서 획득한 한정판 코스프레 의상을 입은 커스텀 아바타가 나를 반긴다. 2~3년 전 내가 직접 토큰을 스테이킹하며 지원했던 애니 파일럿이 벌써 6화까지 나왔다고 한다.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기에, 당시 펀딩에 참여했던 이들 모두가 스트리밍 수익의 일부를 소액 에어드롭 형태로 받는다.
경제 인프라도 잘 융합된 상태다. 애니메체인은 글로벌 커뮤니티 밸리데이터들이 운영한다. 가스비는 미미하거나 스폰서 받는 형태로 제공되어, 일반 사용자는 이에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ANIME가 생태계 전체를 구동한다. 인앱 결제(굿즈 구매, 창작자 후원, 트랜잭션 수수료, AnimeDAO 거버넌스 등)에 모두 $ANIME가 쓰인다. $USDC 같은 스테이블코인도 도입되어, 가격 변동성에 불안을 느끼는 팬들이 쉽게 애니메코인 경제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ANIME 홀더는 투자, 거버넌스, 문화적 상징 같은 역할을 함께 누릴 수 있다.
애니메DAO(AnimeDAO) 자체는 이제 여러 하위 DAO의 집합으로 진화했다. 새로운 애니 시리즈나 팬 기반 게임이 등장할 때마다 독립된 DAO가 생겨, 해당 프로젝트와 관련된 NFT나 토큰을 가진 팬들이 협력한다. 각 하위 DAO는 메인 DAO로부터 자원을 배분받거나 기술 업그레이드 관련 지침을 공유받는다. 내가 게이머면 “게이밍 DAO”에 참여하고, 코스프레에 관심 있으면 “코스프레 DAO”가 있다. 이렇게 각각의 니즈에 맞춰 분화하되, 결국 모든 활동이 중심부(메인 DAO)와 연결된 연방(federation) 구조다.
Source: X (@LeviNotAckerman)
중요한 점은 팬덤과 자본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었다는 것이다. 아티스트, 작가, 코스플레이어, 밈 크레이터들은 여전히 본인이 즐기는 일을 하며, 생태계는 이를 체계적으로 지원한다. 2025년에 단순 포스터 작업을 하던 팬이, 2030년에는 애니메체인 기반의 미니 시리즈를 총괄하게 된 사례도 흔하다. 해당 포스터가 NFT로 발행돼 얻은 로열티가 자연스럽게 DAO와 작가에게 분배되는 방식이다. 팬덤이 곧 공동 창작자이자 소유자이며, “이 애니를 좋아하고 해당 작품에 대한 토큰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만약 이 작품이 넷플릭스나 크런치롤(혹은 Anime.com)에서 흥행하면 나도 수익을 분배받는다”는 개념이 자리 잡았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들은 애니메코인 플랫폼을 활용해 신작 IP 아이디어를 테스트한다. 예컨대 슈에이샤(Shueisha)/MAPPA가 애니메체인에 파일럿 챕터를 올려, 팬들이 직/간접적으로 펀딩 및 투표로 정식 시리즈화를 결정할 수 있게 한다. 또는 $ANIME로 공식 굿즈나 행사 티켓을 판매해, 열성 팬이 모여 있는 영역에 자연스럽게 진입한다. 탑다운 사업 이니셔티브들과 바텀업(커뮤니티) 기반 활동들이 공존하는 하이브리드 경제다. 애니 행사, 아트 페어, 스튜디오, 팬클럽 등이 하나의 탈중앙 플랫폼 위에서 운영되며, 팬이 실질적 지분을 갖게 된 셈이다.
기술적인 구현은 복잡하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간단하게 느껴진다. Anime.com 계정(온체인 프로필)이 있어 기여도나 평판이 투명하게 기록되고, 예컨대 “XYZ 프로젝트의 오리지널 후원자”, “레벨5 모더(Mod)”, “공식 번역가(JP→EN)” 같은 스펙을 부여한다. 프로젝트에서 번역가를 구할 때 이 평판을 보고 계약금($ANIME)을 지급한다. 과거 익명의 디스코드와 비교하면, 소셜 레이어가 형성돼 대규모 프로젝트 협업도 훨씬 수월해졌다.
경제적으로도 애니메코인은 균형점을 찾았다. 이제 $ANIME는 투기 자산을 넘어 애니 생태계를 움직이는 동력이 되었다. 투자자들은 가격이 아닌 DAO가 펀딩한 애니 시리즈, 그 소셜 플랫폼의 활성도, 팬아트 마켓 규모 등을 주요 성과로 본다. 이는 필자가 과거에 제시한, “컬처멘털(culturementals)이 새로운 펀더멘털(fundamentals)”이라는 개념과도 일맥상통한다. 정서적으로 사람들을 강렬히 끌어들이는 문화적 에너지는 무시할 수 없는 경제적 가치를 지닌다. 2030년 애니메코인은 이를 증명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