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는 현재 IP 분쟁 해결 메커니즘으로 UMA의 옵티미스틱 오라클(Optimistic Oracle)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UMA 토큰 보유자들이 투표를 통해 분쟁의 사실 여부를 결정하는 지분 기반 투표(token-weighted voting) 모델이다.
UMA의 모델은 고래에게 과도한 권한이 집중되고, 투표자의 인센티브가 공정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으며, 낮은 시가총액과 참여율로 인해 조작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점에서 구조적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다.
실제로, UMA는 베네수엘라 대선, $DJT 밈코인, 이스라엘–시리아 군사 충돌 등 폴리마켓에서 사회적으로 논란이 될 만한 판결을 다수 내린 바 있으며, 이는 주관적 해석과 판단이 요구되는 IP 분쟁에 UMA 모델이 적합한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스토리가 지향해야 할 분쟁 해결 시스템은 중립성, 탄력성, 정당성을 핵심 가치로 삼아야 하며, 단지 온체인 상에서 기술적으로 집행 가능한 시스템이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구조여야 한다. 특히 창작자 관점에서는 금권주의(plutocracy)를 최소화하고, 판결의 해석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스토리는 다중 오라클(multi-oracle) 모델, 전문가 패널, 이의제기 절차의 제도화, 평판 기반 배심원제(reputation-based jury system) 등 다양한 대안들을 검토할 수 있다. 단순한 사안은 빠르게, 복잡한 사안은 견고하게 처리할 수 있는 다층적 구조가 스토리의 장기적인 비전에 보다 부합하는 해법이 될 것이다.
스토리(Story)는 창작물, AI 콘텐츠, 프로그래머블 라이선스(programmable license) 등 점점 복잡해지는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과 활용 방식을 온체인 상에서 정의하기 위해 설계된 L1 블록체인이다. 단순한 기술 구현을 넘어, 블록체인 기반의 지식재산권 인프라를 재구성하려는 이러한 스토리의 시도는 기술적, 사회적 측면 모두에서 심대한 파급력을 지닌다.
그러나 이와 같은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단지 IP를 등록하고 유통하는 기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분쟁이 발생했을 때 누가 소유자인지, 누구의 권리가 우선하는 지를 결정하는 중재 메커니즘이 핵심적이다. 현재 스토리는 이 역할을 UMA 프로토콜의 옵티미스틱 오라클(Optimistic Oracle) 시스템에 위임하고 있으며, 온체인 상에서 제기된 IP 분쟁에 대해 사실관계를 판단하고 판정을 내리는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물론, 디파이 영역에서는 UMA가 일정 수준의 실용성과 안정성을 입증해왔다. 그러나 IP 분쟁은 디파이 마켓과는 달리 높은 사회적 민감도와 고도의 주관성을 수반하며, 판정 결과는 단순 수익의 손익을 넘어 창작자 권리, 사회적 신뢰, 명예와 직결된다. 이 점에서 UMA의 구조는 스토리 프로토콜이 지향하는 궁극적 방향성과 정합되지 않으며, 구조적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이에 본 보고서는 현재 UMA 기반 분쟁 해결 구조의 한계를 기술적으로 조망하고, 스토리의 IP 인프라에 보다 정합적인 대안 모델의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현재 스토리의 분쟁 모듈은 UMA의 Optimistic Oracle V3를 중재 백엔드로 활용하고 있다. UMA는 경제적 인센티브 기반의 탈중앙화 판정 시스템으로, 보증금(bond)과 토큰 기반 투표 메커니즘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는 구조를 갖는다. 해당 구조는 스토리 내에서 다음과 같은 절차로 적용한다.
Source: Story Foundation
분쟁 제기: 누구나 특정 IP에 대해 분쟁을 제기할 수 있으며, 이때 분쟁 사유를 선택된 태그(IMPROPER_REGISTRATION 등)로 명시하고, 관련 증거 자료를 IPFS에 업로드한 뒤 일정 금액의 보증금을 예치해야 한다.
라이브니스(liveness) 기간: 분쟁 제기 이후 일정 기간 동안 해당 청구에 대한 반박이 가능하다. 이 기간은 IP 소유자에게만 허용되는 초기 반박 구간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개 반박 구간으로 나뉜다.
판정 확정 시: 라이브니스 기간 동안 반박이 제기되지 않을 경우, 해당 IP는 자동으로 태깅 처리되며, 이후 라이선스 발행, 로열티 청구, 파생 콘텐츠 확산 등이 불가능해진다.
반박 발생 시: 분쟁이 반박될 경우, 사건은 UMA의 데이터 검증 메커니즘(DVM, Data Verification Mechanism)으로 이관되며, UMA 토큰 홀더들이 투표를 통해 분쟁의 사실 여부를 판정한다.
투표 구조: 각 $UMA 토큰은 1개의 투표권을 가지며, 최종 결과에 동조한 참여자에게는 보상이 주어진다.
입증 책임: 분쟁을 제기한 당사자에게 입증 책임이 있으며, 합리적 의심을 넘어선 수준의 설득력 있는 증거를 제출해야 한다.
증거 요건: 제출되는 자료는 유형별 요구 사항을 충족해야 하며, 리뷰어가 약 1시간 내에 검토할 수 있을 정도로 간결하고 명료해야 한다.
이러한 구조는 이론적으로는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다. 경제적 유인을 부여받은 토큰 보유자들은 탈중앙화된 판사(decentralized judge) 역할을 수행하며, 논란의 여지가 없는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잘 작동한다. 그러나 IP라는 맥락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주관적 해석과 사회적 파장이 결합된 고위험 도메인에 이러한 시스템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한다.
이는 가격 피드나 손익 결과 계산처럼 객관적으로 판별 가능한 수치 기반 데이터와 달리, IP 분쟁은 본질적으로 해석과 판단이 요구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 창작물은 표절인가, 아니면 단순히 영감을 받은 것인가?”, “이 파생 콘텐츠는 원작을 변형한 것인가, 침해한 것인가?”, “라이선스 조건(예: 저작자 표기, 상업적 이용 등)을 위반했는가?” 등은 단순한 이진법으로 판별할 수 있는 사실이 아니라, 맥락과 판단, 그리고 사람의 이해력에 기반한 해석이 필요한 사안이다.
이러한 분쟁을 단순한 토큰 투표로 판단할 경우, 복잡한 창작 분쟁이 동전 던지기에 가까운 결과로 단순화되는 구조적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
UMA는 기본적으로 토큰 보유량에 따라 투표권이 부여되는 지분 기반 구조(token-weighted voting)를 채택하고 있다. 이는 다수의 이해당사자가 고르게 참여하는 구조가 아니라, $UMA를 대량으로 보유한 소수의 고래 투자자에게 결정적 영향력을 부여하는 구조다. 실제로 투표 참여율은 UMA 전체 공급량 대비 낮은 수준에 머무르며, 통상적으로 약 1,500만 개의 $UMA 토큰만이 투표에 사용된다. 이는 소수의 고래들에게 의사결정 권한이 집중화되는 현상을 야기하며, 필연적으로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생기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투표자들이 해당 분쟁과 실질적인 이해관계를 공유하지 않는 외부자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폴리마켓(Polymarket) 사용자 혹은 스토리의 창작자는 해당 분쟁에서 직접적인 발언권을 가지지 못하며, 투표 결과는 $UMA 토큰 보유자라는 전혀 다른 이해 집단에 의해 결정된다. UMA의 공동 창립자인 Hart Lambur는 토큰 보유자들이 장기적으로 프로토콜과 이해관계가 일치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형성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단기 이익 추구, 관심 부족, 이해 상충 등의 요인이 투표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최소한 ‘공정한 판결’에 대한 인식 자체를 훼손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UMA의 시가총액은 약 1~2억 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외부 행위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투표권을 매집하고 시스템을 조작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다. 이론적으로는 충분한 자금을 보유한 공격자가 $UMA 토큰을 대량 매수한 후, 특정 분쟁에 대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투표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다른 영역에서 더 큰 수익을 실현할 수 있는 구조가 성립된다.
심지어 전체 토큰의 51%를 확보하지 않더라도, 낮은 참여율은 시스템의 보안성을 더욱 취약하게 만든다. 실제로 UMA 기반의 과거 분쟁 사례들에서는 거의 모든 투표가 소수 지갑 주소에 의해 주도된 경우가 존재했다.
현재 UMA가 제공하는 경제적 보안성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IP의 금융적, 사회적 가치를 감당하기에 충분하지 않으며, 스토리가 추구하는 IP 인프라의 핵심 중재 메커니즘으로서 UMA를 채택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안정한 대안일 수밖에 없다.
UMA는 이미 여러 차례 사회적 논란이 큰 분쟁에서 주관적 해석의 한계를 드러낸 바 있다. 특히 아래 사례들은 UMA의 오라클 구조가 공정하고 납득 가능한 판결을 내리는 데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Barron Trump & $DJT 밈코인 사건 (2024): UMA는 배런 트럼프(Barron Trump)가 $DJT 밈코인의 출시와 관련이 없다고 판단했으며, 이는 명확하지 않은 공개 자료에 근거한 결정이었다. 당시 해당 마켓에는 약 200만 달러 규모의 미결제 포지션이 걸려 있었으며, 폴리마켓은 UMA의 판결이 플랫폼 신뢰도를 위협한다고 판단하고 결과를 무효 처리한 뒤 이용자들에게 전액 환불 조치를 취했다.
이스라엘–시리아 군사 충돌 사건 (2024): 약 1천만 달러 규모의 마켓에서, UMA는 다수의 언론 보도를 통해 이스라엘이 시리아 영토 내에서 군사작전을 전개한 사실이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다(Yes)”로 결론짓기를 거부했다. 골란 하이츠(Golan Heights) 지역이 기준에서 제외되었지만, 실제로는 완충지대를 넘어 시리아 본토 마을까지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차례에 걸친 결의안은 각각 97.3%의 반대로 부결되었다.
베네수엘라 대선 결과 (2024): UMA는 선거 부정 의혹과 제3자 보도를 근거로 야당 후보인 에드문도 곤살레스(Edmundo Gonzalez)를 당선인으로 판정했다. 이는 마두로(Maduro)가 500만 표 이상을 획득해 승리했다는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CNE)의 공식 개표 결과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과였다. 해당 610만 달러 규모의 마켓은 애매한 판결 기준과 불명확한 근거로 인해 시장 참여자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틱톡 금지 사건 (2025): UMA는 틱톡이 미국에서 공식적으로 금지되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당시 TikTok은 실제 금지 조치가 발효되기 전 자발적으로 서비스를 일시 중단했으며, 이후 법 집행이 유예된다는 발표와 함께 몇 시간 만에 서비스를 재개했다. 그럼에도 UMA는 해당 1억 2천만 달러 규모의 마켓을 “금지됨(Yes)”으로 종결했으며, 이로 인해 결과의 정당성에 의문이 제기되었다.
Source: Maduro (Left), Gonzales (Right)
앞선 사례들을 통해 알 수 있듯, UMA는 때때로 사용자의 기대치나 객관적 사실과 충돌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으며, 이 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재검토를 요구할 수 있는 절차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구조적으로 불완전하다.
스토리 내에서 발생하는 분쟁은 단순한 예측 시장의 베팅 결과가 아니다. 이들은 창작물의 저작권, 귀속, 로열티 분배, 독창성에 대한 사회적으로 민감하고 법적, 평판적 리스크가 높은 쟁점들이다. 따라서 스토리가 채택해야 할 분쟁 해결 시스템은, 단순한 기술적 자동화나 비용 최적화를 넘어서 사회적 수용 가능성과 정당성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시스템이 갖춰야 할 핵심 요건은 다음과 같다:
중립성(Neutrality): 어느 한 고래 투자자나 특정 기관, 집단에 의해 판결이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
탄력성(Resilience): 매수, 담합, 무관심과 같은 공격 벡터에 대해 견고해야 한다.
신뢰 최소화(Trust Minimization): 운영 주체를 신뢰하지 않더라도, 시스템 자체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명확성(Clarity): 분쟁 처리 규칙은 예측 가능해야 하며, 판결의 논리 또한 설명 가능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스토리의 분쟁 해결 시스템은 속도와 탈중앙성, 그리고 사회적 정당성이라는 세 가지 축 사이에서 균형을 달성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정당성이란 단순히 스마트 컨트랙트에서 기술적으로 집행 가능하다는 의미를 넘어, 참여자들이 실제로 수용하고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판결 결과를 뜻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단일 오라클 구조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다양한 접근 방식의 조합과 신규 모델의 설계가 필요할 수 있다. 즉, 현재 존재하는 기성 솔루션을 그대로 차용하는 것만으로는 스토리가 지향하는 IP 인프라의 비전을 뒷받침하기에 부족하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재 UMA 기반의 분쟁 해결 구조는 IP와 같은 고위험, 고민감 영역에 적용되기에는 구조적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그렇다면, 스토리는 어떤 대안을 고민해야 할까? 본 섹션에서는 스토리가 활용할만한 다양한 대안들을 소개하며, 이들 중 일부를 조합하거나 선택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본다.
다중 오라클 (Multi-Oracle) 또는 다중 출처 합의 모델 (Multi-Source Consensus)
단일 오라클에 의존하지 않는 구조가 필요하다. 예컨대, UMA, 클레로스(Kleros), 그리고 스토리 내부 중재 위원회를 조합하여 다수결 합의를 요구하는 구조를 설계할 수 있다 (클레로스는 토큰 보유량을 기반으로 투표하는 UMA와 달리 무작위로 선정된 배심원단이 분쟁에 대한 판결을 내리는 탈중앙화 중재 프로토콜이다). 이는 일종의 멀티시그(multisig)처럼 작동하며, 조작 가능성을 낮추고 신뢰도를 높인다. 처리 속도와 비용 측면에서는 다소 비효율적일 수 있으나, 고부가가치 IP 분쟁에서는 충분히 정당화되는 접근이다.
전문가 활용
일부 분쟁은 실제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 예를 들어, AI 생성물이나 표절과 같은 태그가 적용된 사안에 대해서는 스토리가 별도의 전문가 심사 절차를 운영할 수 있다. 이는 사전 검증된 IP 변호사, 창작자, 크리에이티브 커먼즈(Creative Commons)와 같은 기관으로 구성된 전문가 집단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구조다. 이들은 멀티시그 방식 또는 평판 기반 투표권을 통해 자문 혹은 중재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완전히 탈중앙화된 구조는 아니지만, 정확성과 신뢰성 측면에서는 더 우수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내장된 이의제기(appeal) 시스템
분쟁이 단일 판결로 종결되어서는 안 된다. 기존 사법 체계처럼, 스토리 또한 스마트 컨트랙트 차원에서 이의제기 절차를 제도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차 판정은 UMA를 통해 처리하고, 이의제기는 클레로스의 콘텐츠 전용 법원 또는 스토리 커뮤니티 투표를 통해 진행하는 식이다. 이러한 2단계 구조는 초기 판정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압박으로 작용하며, 잘못된 판결로 인한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최후의 안전망 역할을 한다.
평판 기반 토큰 스테이킹 배심원 제도
클레로스는 주관적인 분쟁 해결에 특화된 메커니즘으로, 토큰을 스테이킹한 배심원이 판단을 내리며, 동료 배심원과 의견이 불일치할 경우 스테이킹 토큰이 소각되는 구조를 갖는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판단력이 우수한 배심원은 평판이 쌓이고, 그렇지 않은 배심원은 도태된다. 스토리 또한 이를 통합하거나 응용하여 “스토리 전용 배심원단”을 구성할 수 있으며, 공정한 판결을 통해 평판을 축적해가는 구조를 설계할 수 있다. 이는 단순 토큰 투표에서 결여된 책임성과 정렬을 제공한다.
커뮤니티 기반 중재 + 평판(reputation) 시스템
장기적으로는 스토리 자체 커뮤니티 내에서 선출된 창작자, 기여자 등이 중재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다. 이들의 영향력은 평판 토큰 또는 과거 판결 이력에 따라 가중될 수 있으며, 이는 고래나 외부 이해집단보다 실질적 이해관계를 가진 내부 구성원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형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구축에는 시간이 걸리지만, 신뢰 형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이상적인 방향이다.
이러한 대안들은 각각 속도, 정확성, 탈중앙화 수준, 전문성 확보라는 요소들 간에서 다양한 트레이드오프를 동반한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UMA의 단일 토큰 투표 구조보다는 훨씬 높은 신뢰성과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접근임은 분명하다.
특히, 스토리와 같은 프로토콜에는 다층적 구조가 적합하다고 판단하다. 간단한 분쟁은 옵티미스틱 방식으로 신속히 처리하되, 고가치, 고위험 분쟁에 대해서는 전문가 검토, 다중 오라클, 이의제기 절차 등 보완 장치를 병렬적으로 마련하는 설계가 필요하다. 효율성은 단순한 분쟁에서 확보하고, 복잡한 분쟁에서는 확실한 신뢰를 확보하는 식이다.
UMA의 운영 사례는 탈중앙화 중재 시스템이 토큰 금권주의(Plutocracy), 모호한 기준, 왜곡된 인센티브 구조와 맞물릴 때 얼마나 쉽게 오류와 반발을 유발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실패는 단순히 개별 이용자의 피해를 넘어, 해당 시스템 전반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특히 스토리처럼 사회적으로 민감하고 법적, 평판적 리스크가 높은 쟁점들을 주로 다루는 프로토콜이 이러한 리스크를 그대로 수용하는 것은 중대한 실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대안은 존재한다. 스토리는 중립성, 회복 탄력성, 투명성을 우선시하는 분쟁 해결 시스템을 설계함으로써 현재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UMA를 유지하되 보다 강력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방식도 가능하며, 고위험 사례에 대해서는 아예 다른 구조로 대체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자동화된 판정, 커뮤니티 배심원, 전문가 검토, 다중 오라클 등을 조합한 다층적 구조는 다양한 유형의 분쟁에 맞춤형으로 대응하면서도 속도와 정당성 간의 균형을 이룰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투명성이다. 이용자가 판결의 이유를 납득할 수 있다면 신뢰는 자연스럽게 축적된다. 반대로, 명백한 사실이 토큰 투표에 의해 덮이고, 판결의 논리가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면 신뢰는 급속히 붕괴한다. 증거 자료, 배심원의 논거, 판결 로그 공개 등과 같은 간단한 개선만으로도 정당성은 비약적으로 향상될 수 있다.
스토리의 분쟁 해결 시스템은 단순히 문제를 예방하는 수준을 넘어, 프로토콜에 대한 신뢰를 견인하는 핵심 기반으로 작동해야 한다. UMA의 구조적 한계를 재검토하고, 실질적인 개선을 단행해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